국제보건/국제개발협력 분야 종사자 인터뷰
이예림 (학생봉사단원)

관리자 2019-08-01 1,139

  •     [ 이예림 (학생봉사단원)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비영리민간의료단체 프리메드 해외의료사업 본부장 이예림이라고 합니다. 저는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에 재학중이며 작년 여름에 처음으로 참여한 필리핀4차 파견을 시작으로 이번 여름에 3번째로 파견을 나가게 됩니다. 지금까지의 파견에는 단원으로써 참여했다면 이번에는 본부장으로써 처음으로 책임지게 된 파견이기 때문에 설렘과 기대가 큽니다.

    프리메드(FreeMed)에 대한 간단한 기관 소개 및 맡고 계신 부서/업무 소개 부탁드립니다.

    프리메드는 2008년에 창립된 비영리민간의료단체로써 대학생으로 주로 이루어진 NGO입니다. 한국에서는 매주 토요일 서울역에서 무료진료소사업 그리고 수도권 지역 아동센터에서 보건교육사업을 진행하고, 해외의료사업은 1년에 두 번, 방학 중 시행합니다. 해외의료사업본부는 ‘Resolving Health Inequality Around the World’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개발도상국의 의료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케냐에서 시작한 모성건강증진사업을 바탕으로 필리핀에서 5차례의 파견을 마무리한 이후, 올 여름부터는 캄보디아에서의 새로운 봉사활동을 기획해 떠납니다. (각 사업의 자세한 목적/활동/결과 등은 첨부된 ‘해외의료사업본부 소개’에 기재되어 있습니다!) 해외의료사업본부의 파견은 전 과정이 단원들로 인해 직접 기획되기 때문에, 저희는 현지 교육장소 섭외, 교통편 마련에서부터 교육자료 제작과 본부 홍보 등을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파견 준비를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20대 해외의료사업본부는 국내협력부서, 해외협력부서, 홍보부서, 그리고 컨텐츠부서로 편성했습니다. 국내협력부서는 프리메드 내부 협업 및 국내 기업 후원을, 해외협력부서는 현지 봉사지역 확보 및 해외 기관 컨택을, 홍보부서는 본부 홍보 자료 제작 및 SNS 운영을 담당합니다. 컨텐츠부서는 모든 단원들이 중복적으로 속해 있는 부서로써, 지난 파견 기간 동안 아카이빙한 자료가 새로 방문하는 지역에 더 적합하도록 수정하고 직접 교육을 시행합니다. 저는 본부장으로써 프리메드 내에서 다른 본부들과 협업하고 지금 인터뷰하고 있듯이 외부 기관과도 교류하며 본부를 대표합니다. 또한, 파견 준비 과정 및 파견 전체를 총괄하며 단원들이 즐겁고 편안하게 파견에 임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어떤 계기로 국제보건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사실 해외의료사업본부에 지원한 이유는, 해외봉사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기 때문에 ‘궁금하다’, ‘해보고 싶다’라는 단순한 마음이 가장 컸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시작한 해외봉사로 인해 국제보건에까지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요. 수험생활을 끝내고 새로운 경험에 목말라 있던 시기에 저에게는 해외봉사 그 자체가 너무나도 신선한 활동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해외봉사를 값진 경험이라고 여기는 만큼 저 또한 봉사를 통해 분명 배우고 느끼는 점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평소 국제교류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저개발국가에 직접 가보는 것, 현지의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하는 것 등의 모든 부분이 기대되기도 했습니다. 해외봉사활동은 사소한 계기로 시작했지만 봉사를 다녀온 후에는 질문 주신대로 국제보건 자체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됐습니다. 필리핀에서 파야타스, 쓰레기 마을이라고도 불리는 곳에 다녀왔었는데 사람들이 문자 그대로 쓰레기 속에서 살고 있는 모습에 굉장히 충격을 받았습니다. 비위생적인 것을 넘어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사는 현지인들의 모습이 불합리하고 불평등하게 느껴지며 화가 났어요. 그 이후에는 이러한 지역에 단순히 봉사활동을 더 많이 와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이 환경을 어떻게 하면 정책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을 가지게 되며 국제보건의 정책에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국제보건 관련 업무 또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사실 프리메드가 제가 유일하게 해 본 활동이기 때문에 해외의료사업이 지니는 특별함에 대해서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해외의료사업본부의 특별함은, 단원들이 파견의 전 과정을 직접 기획해 나간다는 점입니다. 이번에는 저희가 5차례 파견을 갔던 필리핀이 아닌 새로운 국가로의 파견을 준비하는데, 지난 3월부터 외국 기관에 무작정 메일을 보내다가 연락이 가장 잘 닿는 캄보디아로 결정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봉사할 나라를 결정하는 것에서부터 현지 기관과 지속적으로 컨택하며 봉사 지역을 확정하고, 교육자료를 만들고, 사업을 홍보하기 위한 플랫폼도 만들면서 전 단원이 모든 단계에 참여한다는 점이 특별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함으로 인해 모두가 파견 기간 동안 욕심도 더 내고 애정을 가지게 되고요. 또한 파견기간이 아닌 한국에서 준비하는 과정에서 배우는 점도 정말 많기 때문에 더욱 의미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처음 입단했을 때 교육의 한 파트를 담당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두 번째 활동기에는 예산안 작성, 해외 기관 컨택 등의 총괄 업무를 담당하고 이번 파견에는 본부장을 맡게 됐는데, 프로젝트를 기획하는 일원으로써 단계적으로 시각을 넓혀나가는 것이 개인적으로도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해외의료사업의 모든 단계를 단원 분들이 직접 기획하는만큼 다양한 에피소드가 있었을 것 같은데, 기획을 하던 과정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저희는 한정적인 버젯 안에서 사업을 기획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외부에 항상 물품이나 재정 후원을 요청하고 연락드리는 편입니다. 하지만 거절의 답장마저 받기 힘들 때가 많고, 저희가 후원을 받더라도 보일 수 있는 감사함의 표시가 제한적이라 외부의 도움을 받기가 정말 쉽지 않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이 과정에서 홍보부서의 필요성을 자각해 본부장이 된 이후 SNS 계정을 생성하고 컨텐츠 개발을 위해 노력하게 됐고요. 메일을 수십 통 보내도 답장이 없으니 답답한 마음이 컸는데 마침내 도와주시겠다는 연락을 준 곳은 오히려 큰 기대 없이 요청드린 곳들이었습니다. 저희의 사업을 긍정적으로 보시는 마음으로 장비를 무료로 대여해주시고 특수기저귀를 대량으로 보내주시는 모습 등을 통해 저희가 그동안 너무 제한된 시각으로 후원 요청을 해왔다고 느끼게 됐습니다. 같이 봉사하는 입장으로써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도우려 하고, 먼저 다가오길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이전에는 몰랐던 것이죠. 지금 캄보디아 파견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많은 분들이 돕고 싶다는 마음만으로 수많은 질의응답에 응해주시고 현지와의 연락 조율 등을 도와주고 계십니다. 이전에는 도움을 요청할 때에 눈높이가 높기만 했다면, 이제는 우리 단체의 주변을 둘러보며 비슷한 일을 하고 관심분야가 비슷한 단체들에게도 다가가며 시야를 넓히게 된 것 같습니다. 저희 또한 비슷한 사업을 진행하는 누군가가 도움을 요청한다면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니까 최대한으로 도와드리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국제보건 업무, 프로젝트를 수행하시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지요?

    단원들은 아무래도 봉사활동이 계획했던 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가장 힘들어하는 것 같습니다. 5차파견에서의 에피소드를 예로 들자면, 단원들이 제일 기대하고 설레임에 찼던 교육 첫 날이 저희가 생각했던 환경에서 크게 벗어났었거든요. 스크린과 마이크가 준비된 것으로 확인하고 봉사 장소에 도착을 했는데, 텅 빈 옥상이 전부였습니다. 수혜자 분들도 저희 예상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아이들이 많아 분위기가 산만하기도 했는데 그런 상황에서 작은 노트북 화면으로 교육을 진행했으니 단원들이 마음고생을 좀 했습니다. 한 번 현지의 맛을 보고 밤에 다같이 마음을 추스린 이후에는 단원들이 좀 더 단단해진 멘탈로 어떤 상황에서든지 유연하게 교육을 진행할 수 있게된 것 같습니다. 또, 저희가 무료진료소도 운영하기 위해 약 구비, 시뮬레이션, 트랜스퍼 교육 등 갖가지 준비를 했었는데 현지 사정으로 인해 당일 취소 되는 등의 갑작스러운 변동이 종종 일어났습니다. 이렇게 준비해간 것들을 온전히 펼치지 못할 때가 가장 아쉬운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지에서의 변동사항은 생길 수밖에 없으니, 하지 못한 것에 매몰되어 아쉬워하기 보다는 주어진 조건 안에서 무엇이라도 하는 것이 더 현명하고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가장 보람을 느낀 적은 언제이신가요?

    아무래도 수혜자분들에게서 직접적인 피드백을 받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저는 성인 수혜자분들과 얘기하며 그 분들의 생각과 느낀 점을 듣는 것을 좋아하는데, 매 파견에 기억남는 에피소드들이 한 두개씩 있습니다. 예를 들어 4차 파견 때 콘돔의 중요성에 대해 교육했는데, 수혜자 분이 교육 시간 이후에 저에게 오셔서 본인이 평생동안 애인과의 관계, 성생활 등에 대해 가지고 있던 사고방식, 그리고 좀 전의 교육이 어떤 새로운 시각을 불러왔는지 얘기해주셨습니다. 저희의 교육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본인의 생각까지 더했다는 점에서 감사함과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5차파견 때는 무료진료소를 운영했는데 복약지도를 하며 아이가 있으신 어머니가 약 성분과 복용방법을 세세하게 물어보셔서 저희가 배부하는 약을 소중히 여기신다는 것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사실 무엇보다도 가장 보람찬 순간은 아이들과 놀 때이건, 교육할 때이건 간에 수혜자 분들이 저희가 기획한 프로그램을 진심으로 즐겨주시고 웃어주실 때입니다.

    국제보건사업이 효과적,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 선행되거나, 수행단계에서 필요한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요?

    보건사업을 진행하는 현지 지역과 문화,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사실 인터넷 검색이나 서적을 통해 아는 것 보다도 현지에서 사업을 진행해보신 분의 조언을 통해 알 수 있는 부분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필리핀에서는 필리핀 요셉의원과 구청, 적십자사에 방문해 여러 이야기를 들었고, 현재 캄보디아 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여러 기관에 자문을 구하고 있는데 이렇게 직접적으로 경험하신 분들의 말씀을 듣고 참고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국제보건 이슈 중 주목하고 관심을 가져야할 주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저는 국제보건과 관련한 전문 인력이 아니기 때문에 파견을 통해 느낀 점에 한해서 이야기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선 보건 교육을 진행한다고 해서 위생, 성, 안전 등의 주제만 다루기보다는 우리가 왜 보건에 관심을 가지고 건강한 삶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지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위생에 대한 개념이 없는 상태에서는 비위생적인 공간에서 숙식하고 손발톱이 깨진 채로 사는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거든요. 그리고 성교육을 하면서도 어린 나이의 임신과 출산을 지양하는 이유가 건강 상의 문제 뿐 아니라 한 여성의 삶이 너무 어릴 때 결정되기 때문인데 본인에게 꿈이나 목표가 없으면 학업을 포기하고 육아를 하는 이슈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결국에는 수혜자들에게 자존감, 정신건강, 진로 등의 교육을 하며 보건교육을 진행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수혜자 본인들이 그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게끔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제보건에 관심을 갖고 있는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앞서 말했듯 저는 보건 계열 전공자도 아니고 오랜 기간 동안 봉사를 한 것도 아니라 조언을 드릴 수 있는 상황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대학생으로써 의료 사각지대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바탕으로 말씀드리자면, 먼저 국제보건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짧게라도 해외봉사를 추천 드리고 싶습니다. 사실 저도 파견을 나가면서 ‘내가 짧은 기간 동안 교육하는 것이 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하고 의심한 적이 있었는데, 봉사를 하면서는 효율성이나 가시적 성과를 따져서는 안되는 것 같습니다. 당연하게도, 보름 동안의 저희의 방문이 몇 십년 동안 이어진 생활방식을 개선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희의 방문이 현지 분들의 삶에 조금이라도 파동을 일으킨다면 그것 만으로도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봉사를 나가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한 번 현지의 삶을 목격하고 사람들과 교류해보면 현지에 대한 이해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나중에 다른 방면에서 봉사를 기획하고 도울 때도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직접적으로 그 나라에 가서 봉사하는 것 외에도 본인의 관심분야에서 남을 도울 수 있는 활동은 충분히 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짧게라도 해외 봉사를 통해 그 상황을 직접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프리메드 해외의료사업본부 5차파견 영상 https://www.youtube.com/watch?v=Mu80PwX3Kjk&t=9s 

    프리메드 해외의료사업본부 인스타그램 @freemed_overseas

    프리메드_해외의료사업본부 소개.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