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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보건/국제개발협력 분야 종사자 인터뷰

이인석 (University College London 박사과정)
  • 작성자국제보건연구센터
  • 날짜2020-03-08 20:09:54
  • 조회수329

[이인석 (University College London 박사과정)]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저는 영국 런던의 University College London (UCL), Institute for Global Health (IGH)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이인석이라고 합니다. 국내에서 국제보건학 석사를 했고, 영국에서 Health, Community and Development 전공으로 석사를 했습니다. 석사를 마친 후, 탄자니아에서 2년간 코이카의 빈곤퇴치기여금 2기 사업 중 하나인 ‘키샤푸 지역의 마을보건요원 활성화를 통한 모성보건 증진사업’ Project Manager로 일했고, 이후에는 ‘가나 CHPS 기반 지역보건체계 강화사업 (KOICA CHPS+ Project)’ Project Officer로 2년간 일했습니다.

현재 담당하고 계시는 사업 및 맡고 계신 업무 소개 부탁드립니다.

‘To explore the factors that influence Community Health Workers (CHWs)’ motivation and performance in the context of the Upper East Region of Ghana’라는 주제로 박사 연구 진행 중에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어떤 계기로 국제보건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대학 입학 전 친구와 인도 배낭여행을 했습니다. 지금도 제 친구와 저는 그때 왜 저희가 첫번째 배낭여행지로 인도를 선택했는지 잘 몰라요. 머릿속에 갑자기 인도가 떠올랐고, 그래서 그냥 가게 되었습니다. 한 달 정도 인도의 많은 곳을 돌아다녔는데, 한국의 도시에서만 20년간 살아왔던 저에게 인도가 보여준 모습은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특히 제가 가장 충격을 받았던 순간은 (지금은 너무나도 익숙하지만) 제 또래의 친구가 지저분한 모습으로 다가와 돈을 달라고 구걸했을 때였어요. 한 개인의 삶이 태어난 국가와 부모의 경제 수준에 엄청난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것이었죠. 저는 당시 그 친구에 비해 물질적으로 어마어마하게 많이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더 갖지 못하는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제 자신이 너무나도 부끄러웠고, 저에게 돈을 달라고 하는 제 또래의 인도 친구에게 미안함을 느꼈습니다. 제가 가진 것이 많았기 때문에 이 친구가 저보다 덜 가지게 된 것만 같았거든요. 사실 이때 왜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타적인 사람도 아니고 생각이 깊은 사람도 아니거든요. 어쨌든 그래서 제가 너무나도 운이 좋게 한국이라는 나라에 태어나서 당연하게 생각하며 누려왔던 많은 것들을 나 때문에 더 가지지 못하게 된 개발도상국 친구들과 나누는 삶을 살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전공이 보건학이었기에 자연스레 국제보건으로 연결이 되었구요. 결론적으로 왜 가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는 인도에서, 왜 하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는 생각에 의해 운명적으로 국제보건이라는 분야에 발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국제보건 관련 업무 또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지금까지 제가 거쳐왔던 모든 순간들이 다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는데요. 그 중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저의 현장에서의 첫 프로젝트였던 탄자니아 사업을 꼽아 보겠습니다. 프로젝트의 내용 보다는 현장 책임자의 역할에 집중해서 이야기를 해볼게요. 저는 한국에서 석사를 하는 동안 다양한 프로젝트에 직간접적으로 개입을 했었고, 여러 나라에 출장을 다녔기에 현장 책임자의 역할에 자신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오만함과 무지를 깨닫는데 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같이 한번 생각을 해봐요. 현장에 예산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하러 갔습니다. 무엇부터 해야 될까요? 일을 할 공간, 일을 할 직원들, 직원들이 쓸 물품, 직원들을 관리할 시스템 등이 기본적으로 필요하고, 직원들의 사업 내용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하며, 예산을 투명하게 집행해 나가도록 하는 회계관리 시스템도 필요합니다. 뿐만 아니라 현지 정부 관계자, 사업 수행 기관 등 사업 관련 이해관계자들 과의 네트워킹도 필수적이죠. 이 모든 것들이 준비되어야 본격적으로 사업 활동들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팀 별로 수많은 활동 들이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장 책임자는 중심을 잡고 모든 활동들을 잘 컨트롤 하는 지휘자의 역할도 해야 되지요. 사업 활동들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하면 월간, 분기, 반기, 연간 보고서를 제출해야 되고, 엄청난 양의 회계 장부와 영수증 정리는 기본입니다.

결국 현장 책임자는 인사, 총무, 구매, 직원 교육, 사업 관리, 회계 관리, 보고 등의 모든 역할을 해내야 되는 멀티플레이어여야 했던 것입니다. 사업에 대한 얄팍한 지식과 근거 없는 자신감만 가지고 갔던 첫번째 프로젝트에서 큰 코가 제대로 깨졌습니다. 당시 함께 파견 나왔던 분과 본부 담당자들과 정말 맨 땅에 헤딩하면서 고생을 많이 했는데, 그때 고생하면서 공부하고 경험했던 것들이 지금은 저에게 큰 자산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물론 직원들이 쓸 연필과 지우개 사러 도매상을 돌아다니는 일은 앞으로 다시는 하고 싶지 않지만요.

국제보건 업무, 프로젝트를 수행하시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지요?

하나의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해내기 위해서는 수많은 이해관계자들, 즉 도너 기관, 사업수행기관 본부, 파견 인력, 현지 인력, 자문 인력, 협력국 중앙 정부, 주 정부, 군 정부, 서베이 업체, 조달 업체 등과의 협업이 필수적입니다. 수많은 토론과 논쟁을 통해 모두가 같은 목표를 가지고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게끔 해야 되는데 이 과정이 참으로 지난하고 어렵습니다. 수많은 전문가들의 의견 사이에서 사업이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중심을 잡아줘야 되는 사람이 현장 책임자인데, 이 부분은 지금까지도 쉽지 않았고,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보람을 느낀 적은 언제이신가요?

마을보건요원 (Community Health Worker, CHW)들이나 지역사회 주민들의 행동이 조금씩 변화해 나가는 것을 느끼고, 사업 지역의 건강수준이 증진되어 갈 때 당연히 큰 보람을 느끼는데요. 이런 이야기는 많은 분들이 이미 하셨을 것 같으니 저는 다른 얘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사업수행기관이 사업을 잘 수행해 나가는데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현지 직원들의 역량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장 책임자가 직접 모든 활동들을 다 시행해 나갈 수는 없는 거니까요. 탄자니아 사업을 할 때 현지 직원을 20여명 채용했습니다. 지원서는 3000장 넘게 들어 왔구요. 지원서를 검토하는데 지원자들의 이력이 생각보다 화려해서 놀랐습니다. 하지만 면접을 보면서 대부분이 허위 기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예를 들면 SPSS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으면 SPSS에 능숙하다고 기록하고, 인턴으로 단순 업무 보조 역할만을 했지만 그 기관에서 시행한 모든 활동들을 직접 다 한 것처럼 기록하는 식이었죠. 그래서 이력서에 대해 따지는 걸 포기하고 두 가지 기준으로만 직원을 뽑았습니다. 첫째는 인턴이나 봉사자로 국제기구나 NGO에 최소 1년 정도는 노출된 경험이 있을 것과, 두번째로 (이것이 핵심이었는데) 눈빛이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젊고 열정 넘치는 직원들을 채용했는데, 문제는 모든 직원들이 모자보건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채용 후 한 달 동안 오리엔테이션 기간을 갖고 열심히 교육하고 공부하게 했습니다. 팀 별로 연간 진행해야 되는 활동들을 다 숙지하게 하고 세부 시행계획까지 고민해서 짜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사업 활동들을 시작했는데요. 처음에는 팀별로 활동 시행 전 회의를 할 때면 직원들이 저의 지시만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각자의 의견을 물어도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직원들의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경험치가 쌓이더니 저를 빼고 본인들끼리 회의를 하기 시작하더라구요. 제가 지나가면서 나는 왜 빼고 회의를 하냐고 물으니 본인들이 일단 논의해서 결정하고 나중에 알려주겠다면서요. 저는 이 순간을 아주 보람찼던 순간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저에게만 의존하던 직원들이 이제는 많은 지식과 경험을 쌓아 저보다 훨씬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활동들을 자신 있고 훌륭하게 시행해 나가는 과정들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사실 사업수행기관의 파견 인력들은 결국은 외국인이고 언젠가는 그 곳을 떠날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렇지만 현지 인력들은 다르죠. 이들은 이후에 이 나라에서 또 다른 기관과 프로젝트를 통해 더 중요한 역할을 해내야 되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중요한 인력들이 성장해 나가는데 조금의 기여를 했다고 느낄 수 있었던 저 순간이 그래서 지금도 제 가슴속에 깊이 자리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국제보건사업이 효과적,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 선행되거나, 수행단계에서 필요한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요?

사업 기획부터 실행, 종료, 평가까지의 모든 순간에 현장의 맥락 (Context)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꼭 중심에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근거 기반의 (Evidence-based) 활동, 상당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근거가 입증된 곳의 맥락과 내가 일하는 현장의 맥락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분명히 이해하고 선택해야 됩니다. 탄자니아 Shinyanga Region에서 성공한 활동이 가나의 Upper East Region에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아마 성공하지 못할 확률이 더 클 수도 있습니다. 두 지역의 맥락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한 나라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는데, 국가 간에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국제보건의 각 분야 전문가 분들은 근거가 입증된 활동들에 대해 상당히 깊이 있는 지식을 가지고 계십니다. 거기에 현장의 맥락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활동들을 찾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시는 전문가 분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국제보건 이슈 중 주목하고 관심을 가져야할 주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현재 국제보건 분야의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가 Universal Health Coverage (UHC) 달성입니다. UHC는 1978년 알마아타 선언에서 나온 ‘Health for All’과 맥락을 같이 하고 있죠. 제가 이해하는 UHC와 ‘Health for All’은 결국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순간에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자는 것입니다. 의료서비스에 소외되어 있는 개발도상국의 시골에 살고 있는 주민들도 더 이상 소외되면 안된다는 것이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단순한 방법은 모든 마을에 간호사를 한 명씩 배치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 합니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대안으로 활용되고 있는 인력이 마을보건요원 (Community Health Worker, CHW) 입니다. CHW가 지역사회 건강 증진에 유의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는 상당히 많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 Volunteer로 일하는 CHW들의 이탈율이 높은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도 연구와 논의가 부족합니다. UHC 달성에 주요한 역할을 해야 되는, 제대로만 활동한다면 지역사회 건강 증진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CHW들이 적절한 동기를 부여 받아 지속적으로 활동하게 하는데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에 대해 더 많은 분들이 사업을 통해서나 연구를 통해 함께 고민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국제보건에 관심을 갖고 있는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어디에서 일을 하고 싶은지 보다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더 많이 고민하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단순히 국제기구에서 일하고 싶다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국제기구에서 일을 하고 싶은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제보건이라는 분야에도 수많은 세부 분야가 존재합니다. 그 중에서 본인이 비전을 가지고 전문성을 키우고 싶은 분야가 무엇인지,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것부터 공부하고 어떤 경험들을 축적해 나가야 되는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행해 나가야 됩니다. 내가 가진 전문성과 비전을 실현해 낼 수 있는 곳이 내가 가야 할 곳이라고 생각하는 후배님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국제보건이라는 분야에서 일을 해 나가는 것 자체가 한국에서의 일반적인, 평범한 삶과는 참 많이 다릅니다. 가족, 친구들과 떨어져 이역만리에서 외롭게 홀로 분투해야 되는 상황이 일반적이지요. 이러한 특이한(?) 삶이 본인의 성향과 맞는지 빨리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아무리 뛰어난 역량을 갖추고 있더라도 현장에서의 삶이 본인과 맞지 않다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는 절대로 당신이 잘못된 것이 아니고 그저 당신의 성향이 현장과는 맞지 않는 것일 뿐입니다. 그러니 하루라도 빨리 본인의 성향이 현장과 맞는지 경험해 보시고 진로를 설정하시기 바랍니다. 언젠가 어딘가에서 만나 뵐 때까지 건승 하시기 바랍니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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