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NATIONAL UNIVERSITY
검색창 닫기

국제보건/국제개발협력 분야 종사자 인터뷰

김시내 (코이카 간호단원)
  • 작성자국제보건연구센터
  • 날짜2019-12-08 12:31:52
  • 조회수481

[김시내 (KOICA 간호단원)]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KOICA 1년제 일반봉사단으로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근무중인 간호단원 김시내입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병원은 ‘Preah Ang Duong Hospital’이라는 국립 병원으로 프놈펜 중심에 위치해 있습니다. 안과와 이비인후과가 특화된 종합병원으로 캄보디아 내에서 가장 최상위 의료를 제공하는 기관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KOICA이외에도 기업, 대학 등 한국과의 교류가 활발한 병원입니다.

 

 

현재 담당하고 계시는 사업 및 맡고 계신 업무 소개 부탁드립니다.

KOICA 일반봉사단원의 경우 현지 사무소에서 조사한 파견 기관의 수요에 맞춰 업무를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의무기록 역량강화와 위생교육 및 점검이라는 수요에 맞춰 지금은 교육 자료와 안내문 제작 및 배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기관에 파견되어 업무를 파악해 보니, 병원에서 보건부의 지원으로 전자의무기록시스템(EMR; Electronic Medical Record system)을 순차적으로 도입하기로 결정되어 준비중이었고, 한국의 대학 병원과 함께 이비인후과 역량강화사업을 진행중이라 이미 여러가지 교육이 시행되고 있었습니다. 캄보디아 보건부의 지침에 따라 병원 전체적인 손 위생 교육도 시행했으나, 보건부에서 제공한 포스터가 수량이 부족하여 병원 전체에 배포할 수 없었고, 교육 종료 후 지속적인 정보를 제공하기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실습을 통한 교육도 중요하지만 단발성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정보를 노출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던 저는 WHO의 손 위생 가이드라인의 내용을 크메르어로 번역하여 교육자료를 제작하였고, 현재는 병원 내에 배포할 장소를 선정하고 있습니다. 병원 내 각 진료실과 처치실, 검사실, 사무실 내부의 화장실 등 수전이 있고, 알코올을 사용하고 있는 모든 공간에 부착할 예정입니다. 또한 기구의 소독 및 관리, 위험약물 관리, 업무분장과 같이 각 부처의 업무 정보공유를 위한 안내문 제작을 위해 병원 직원들과 협의 중에 있습니다.

또한 병원 대상 자료와 함께 일반인 대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자료도 제작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KOICA에 자료를 공유하여 병원 외 각 기관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수정, 배포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어떤 계기로 국제보건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대학교 수업 중에 ‘국제개발협력의 이해’라는 강의가 있었습니다. 대형 강의였고, 여러 분야의 교수님들의 강의를 들을 수 있었고, 무엇보다 방학 때 해외 봉사에 참여 할 기회를 제공한다고 해서 인기가 많았던 강의였습니다. 저는 비록 수강하지 못했지만 같은 과의 동기들이 수업을 듣고, 해외 봉사에 다녀오는 것을 보면서 처음으로 KOICA과 국제보건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간호학을 전공으로 공부하면서 막연하게나마 ‘나도 국제기구, NGO에서 일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아무래도 경력이 있어야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취업을 하고, 근무를 하다 보니 국제보건에 대한 관심은 잠시 잊혀졌었습니다. 그러다 휴가 차 방문한 캄보디아 시엠립에서 NGO단체가 개선사업을 진행 중인 작은 마을에 투어를 가서 사업에 대해 설명을 들을 기회가 생겼습니다. 화장실 사용법을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지어주기 위해 화장실의 필요성에 대해 마을 사람들을 교육해야 하고, 아이들을 생계를 위한 일터 대신 학교로 보내기 위해 어떻게 부모들을 설득했는지, 가족들에게는 일자리를 주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듣고 나니, 우리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것들이 그 곳에서는 가르쳐줘야만 알 수 있는 내용이며, 외부의 지원 없이는 얻을 수 없는 혜택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게다가 캄보디아의 역사적인 이유로 그 가르침의 기회조차 거부하려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안타깝기도 했지만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국에서 더 나은 의료를 위해 근무하는 것보다 가장 기초적인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고. 그래서 국제보건에 첫 걸음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국제보건 관련 업무 또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봉사단원으로서 제가 파견된 기관에서의 활동도 있지만 여러 분야의 단원들과 함께 협력활동을 진행할 때도 있습니다. 얼마 전 캄보디아의 프레이벵이라는 지역의 주립 유치원에 파견되어 있는 단원이 주최한 협력활동에 참여했습니다. 동기 단원이 파견되어 있는 이 유치원은300여명이라는 원아의 수에 비해 교사, 유치원 시설들이 부족해서 이번에 놀이터 시설을 지원하고 안전교육과 위생교육, 교사들의 응급처치 교육을 시행했습니다. 교육 후 작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몇몇 아이들이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는 아이들에게 “그러면 위험해! 아까 우리 배웠잖아!”하며 친구들에게 말하기도 하고, 손 위생 교육을 진행하고 나서 선생님들끼리 다시 한 번 실습해 보며 올바른 손 위생 순서를 되새기기도 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일회성 교육이라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도 또는 전문적인 교육이 아니더라도, 교육을 받는 사람들에게 지속적인 교육의 필요성을 야기시킬 수 있다면 이 한 번의 교육이 다음 교육으로 이어지는 마중물의 역할을 할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제보건 업무, 프로젝트를 수행하시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지요?

저를 힘들게 했던 건 어쩌면 봉사단원의 특성상 생기는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제가 생각한 것 보다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더 한정적일 수도 있다는 것과, 수요가 있어서 왔지만 지금 당장 내가 꼭 필요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라는 생각했을 때 가장 슬럼프가 왔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나는 봉사단원이고, 수요가 있어서 이 기관에 파견됐으니까 내가 제안하는 것에 다들 좋다고 하겠지?’라는 오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막상 기관에 와보니 기관의 규모도 생각보다 너무 컸고, 이미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느라 봉사단원을 신경을 써 줄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자 하고 직원들의 의견을 들어보겠다며 인터뷰를 하고 다닌 적이 있는데, 불편한 것은 없는지, 바꾸고 싶은 것은 없는지 물어보며 다니는 저에게 한 간호사가 웃으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이미 이 방식에 익숙해져서 불편한 건 없고, 여기서 갑자기 바꾸라고 하면 그게 더 불편할 것 같은데요?”라는 말을 들은 순간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내 눈에 불편해 보인다고, 한국에서 하는 업무에 비해 비효율적인 방법이니까 ‘당연히 바꾸고 싶어 하겠지?’ 하며 반드시 나의 도움이 필요할거라는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죠.

그래도 몇 가지 수요가 있었고, 기관에서 KOICA에 제출한 수요 요청서도 있었기때문에 거기에 맞춰 제안서를 작성해서 각 부서 직원들과 회의를 했었습니다. 회의는 잘 진행됐고, 참석한 직원들도 제안서 내용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지만, 참석하기로 했던 최종 결정권자는 사전고지 없이 참석하지 않았고, 회의 내용을 잘 전달해주겠다던 부원장님의 말이 잘 지켜졌는지 알 수도 없게 좋다, 싫다 아무런 피드백을 받지 못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병원에서 필요하다고 말한 수요에 맞춰서 준비했더니 피드백도 없고 뭐지?’하며 화도 났고, ‘내가 제시한 내용이 이 시점에 필요한 내용이 아니었나?’하는 자책도 하고, ‘이럴거면 날 왜 부른거야? 내가 프로젝트팀이 아니라 봉사단원이라 그런건가?’하는 분노도 느꼈습니다. 결국 제대로 된 피드백은 받지 못한 채, 계속 기다리다려니 더 슬럼프에 빠질 것 같아서 할 수 있는 일부터 하자 하고 구덩이에서 빠져나왔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보람을 느낀 적은 언제이신가요?

제안서 회의가 끝나고 지금 하는 업무를 직원들과 논의하던 중에 제안서 회의에 참여했던 친한 간호사에게 하소연하듯이 “내 제안서에 피드백도 없고, 나는 이 병원에 별로 도움이 안되는 것 같아…”하고 농담을 던진 적이 있는데, 갑자기 핸드폰에서 직원 회의자료를 보여주면서 제 제안서에 있던 내용으로 회의를 했었다고, 병원에서도 천천히 얘기를 나누고 있다며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를 했었습니다. 저한테 피드백을 잘 해줬으면 더 좋았겠지만, 그래도 완전히 무시당하지는 않았구나, 조금 느리지만 내 제안이 병원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말을 들으니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보상받는 기분이었습니다. 나중에 국제개발 보건분야 코디님에게 이런 내용을 상담했는데 국제개발분야에 첫 걸음을 내딛은 사람이 겪을 수 있는 슬럼프인데, 그 걸 딛고 일어나면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거라는 얘기를 듣고 ‘그래! 그럼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해보자!’ 하고 더 힘을 얻었던 적이 있습니다.

국제보건사업이 효과적,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 선행되거나, 수행단계에서 필요한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요?

짧은 시간이지만 느꼈던 점을 말해보자면,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나라의 역사적, 문화적 토대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캄보디아의 경우 ‘크메르 루즈’로 불리는 잔혹한 학살 정권의 아픔을 이겨낸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도 그 아픔을 간직하고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시절에는 농경을 우선시하고 지식인들을 탄압했었기때문에 그 영향으로 배우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요즘은 도시를 중심으로 많이 나아지고 학구열이 높아지고 있지만, 미개발지역에서의 교육사업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관의 요구와 현실 상황과의 타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캄보디아는 개발의 퀀텀점프를 겪고 있는 나라 중 하나인데, 보건 사업을 진행할 때 보면 하드웨어의 구축은 어렵지 않지만 의료진이나 관계자들의 인식개선과 하드웨어의 관리와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사업을 통해 구비한 기계나 장비를 관리하고, 수리해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창고에 방치하거나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또 전력부족으로 정전이 잦은 지역에서 발전기도 없이 병원의 EMR시스템 도입을 요구하거나 전력 소비가 심한 기기들을 요청하는 등 유지가 불가능한 부분을 요구하는 경우가 있어 그 중심을 잡는 것이 어렵겠지만 서로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제보건 이슈 중 주목하고 관심을 가져야할 주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보건 교육, 질병치료 등 중요하지 않은 분야는 없지만, ‘깨끗한 물’이야 말로 질병의 예방뿐 아니라 치료를 위해서도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깨끗하지 못한 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은데, 캄보디아의 경우도 우기가 있는 나라로 모기 매개 감염질환이나 수인성 감염 질환이 많은 지역입니다. 강수량이 적지 않지만 상수도시설의 노후와 부족으로 깨끗한 물을 제공받지 못하는 지역 주민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보건교육을 계획하게 되면, 가장 기본적인 손 씻기 교육을 시행할 때에도 수전이 따로 없어서 또는 기관 내에 한 두 곳 정도밖에 없어서 교육용 물을 챙겨가야 할 정도로 도시가 아니라면 기본적인 수도시설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드는 분야지만, 보건 분야뿐 아니라 국가의 수자원 활용을 위해서라도 깨끗한 물을 확보하고, 제공하기 위한 활동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제보건에 관심을 갖고 있는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저도 이제 막 첫 걸음을 내딛었고, 아직 제 능력이 어느 분야에서 어떻게 쓰일 수 있을지 예상도 안되는 국제 보건 분야의 새내기이지만, 국제 보건분야에 일원이 되기를 망설이시는 분들에게 조언보다는 작은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한 번이라도, 작게라도 국제 보건에 관심을 가지고 꿈을 품었던 분들이라면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 사소하게 생각했던 그것들이 필요한 곳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배웠던 것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 주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이 현장에 나와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든, 한국에서 후원을 하는 일이든 분야와 장소에 상관없이, 여러분들이 국제 보건을 위해 행하셨던 일들은 반드시 나비처럼 날아 필요한 곳에 기분 좋은 바람으로 전달될 것입니다. 그러니까 주저하지 마시고 아주 작다고 생각했던 일부터 시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 방법 중 하나로 KOICA봉사단도 있다는 것도 기억해주세요^^ 감사합니다! 

목록

수정요청

현재 페이지에 대한 의견이나 수정요청을 관리자에게 보내실 수 있습니다.
아래의 빈 칸에 내용을 간단히 작성해주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