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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보건/국제개발협력 분야 종사자 인터뷰

송진수 선생님(국제보건개발파트너즈)
  • 작성자국제보건연구센터
  • 날짜2019-02-01 14:16:38
  • 조회수1616

[송진수 선생님 (국제보건 개발파트너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내과(감염내과 분과전문의) 의사로서 최근 10여 년 동안에는 국제보건 분야에 집중하면서 다양한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KOICA의 탄자니아 국제협력의사를 시작으로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 KOFIH(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캄보디아 사무소장, WHO 기술 전문관 등으로 일을 해 왔고, 최근에는 프리랜서 컨설턴트로 일하다가, 뜻이 맞는 동료들과 함께GHDP(국제보건 개발파트너즈)라는 컨설팅 회사를 설립해서 다양한 국제 보건 프로젝트의 기획, 모니터링 및 평가, 교육과 강의, 심사와 관련된 컨설팅을 하고 있습니다. 감염병과 열대의학이 제가 관여하는 핵심 프로젝트이긴 하지만, 모자 보건, 식수 위생, 영양, 의료인력양성, 글로벌보건안보, 혁신적 기술 사업 등의 다양한 분야의 업무에 관여해 오고 있습니다.

WHO에 대한 간단한 기관 소개 및 맡고 계신 부서/업무 소개 부탁드립니다.

WHO 동티모르 사무소의 기술 전문관으로 근무하는 동안에는 소외열대질환 (토양매개성기생충, 림프사상충, 요스질환) 퇴치와 관련되어 지역주민 인식개선, 집단투약(mass drug administration)과 관련된 기술자문, 질병 유병률 조사기획 등의 역할을 단기간 수행했습니다. 이 사업은 KOICA의 재원으로 WHO가 수행하는 사업으로 현재도 한국인 기술 전문관이 파견되어 사업 자문 및 수행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어떤 계기로 국제보건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특정 계기가 있었다기 보다는 자연스럽게 이 분야로 이끌려온 것 같습니다. 의과대학부터 농어촌 무의촌 진료, 영등포 노숙자 진료, 아프가니스탄, 필리핀, 인도와 같은 저소득국가 의료봉사활동을 통해서 기존의 의료시스템에서 소외받는 분들의 전인적 치료, 건강의 사회적결정인자(social determinants of health)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가게 된 것 같습니다. 신앙인으로서의 소명도 어느 정도 이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된 배경인 것 같습니다. 본격적으로 직업으로서 이 분야를 생각하게 된 것은 탄자니아 국제협력의사 시기와 하버드 보건대학원 과정을 통해서인 것 같고, 꾸준하게 활동해 온 동료, 선후배, 학자들의 영향을 받아 이 분야에서 제 나름의 비전을 본 것 같습니다. 빈곤과 개발, 보건과 형평성, 감염병 등에 관한 다양한 국내·외 서적들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Helen Epstein의 “Invisible cure”, William Easterly의 “The White Man’s Burden”, Laurie Garrett의 “Coming Plague”, Paul Collier의 “The Bottom Billion”, Paul Farmer의 “Partner to the Poor”, Joseph Stiglitz의 “Globalization and its Discontent”, Randall Packard의 “The Making of a Tropical Disease” 등이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국제보건 관련 업무 또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KOFIH 캄보디아 사무소장을 하면서 WHO, 도보건국과 함께 진행했던 모자보건사업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애착이 많이 갑니다. 이 사업은 제가 2012-2014년 동안 캄보디아 바탐방 도보건국에 상주하면서 기술자문 및 관리했던 사업인데, 도보건국 내의 한 팀원처럼 일하면서 도보건국 직원들과 서로 부대끼면서 도 전체의 보건 계획, 예산 및 집행, 관리감독에 대해서 참여적 원칙(participatory approach)과 도보건국의 책무성(accountability)과 주인의식(ownership)의 기본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하면서 진행했던 사업입니다. 후임 소장과 도보건국, WHO협력과 노력으로 최근 캄보디아 방문 시에는 캄보디아 보건부와 타 공여기관에서 높게 평가받는 사업으로 타 지역으로까지 사업모델이 확장되고 있었습니다. 당장의 성과 중심의 사업보다는 시간은 더디지만 원칙을 지키는 일이 사업의 지속성을 위해서 중요하다는 것이 증명되는 것 같아 기억에 많이 납니다.

참여적 원칙, 책무성과 주인의식을 지키려고 어떻게 하셨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우선은 프로그램의 기획 단계인 사업형성 조사, 타당성 평가에서부터 도, 군 보건국의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주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마을 회의, 질적 조사와 같은 채널을 활성화하였습니다. 예산과 연 단위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도 가능한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참석하여 이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도록 하여, 중앙보건부의 관계자부터 도/군 보건국직원, 보건소장, 마을단위 대표까지 한자리에서 토론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려고 했습니다. 물론 의사소통의 문제, 권위 의식, 효과적인 대화법 등이 회의를 진행하는데 문제가 되어 시간이 걸리고 이해관계의 충돌이 불가피했지만, 이 과정을 통해서 도출된 의견에 대해서는 자연스럽게 책무성, 공동체의식, 주인의식을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이 마음을 열고 애기를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나와 같은 외부인이 때로는 뒤로 물러서서 이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 주는 것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이 물러섬은 적극적으로 주도하여 사업을 진행하는 것보다 더 강렬한 집중을 해야 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정작 문제가 되는 것은 나와 내가 속한 기관이 인내심 있게 상향식(Bottom-up)의 결말이 도출될 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는지, 또 이 결론에 대해서 지지하고 신뢰하며 지원할 수 있는지 여부인 것 같습니다. 안타깝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러한 형태로 재정 지원이 이루어지기 어려운 재정지원기관(Funding Agency)의 구조적인 요인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국제보건 업무, 프로젝트를 수행하시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지요?

가장 힘들기도 하지만 많이 배웠던 것은, 수혜자들의 의학적/보건학적 필요가 있고 기술 및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업이라고 할지라도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개인적, 철학적, 정치적, 외교적 견해가 개입되어 원래의 전략과 계획에서 사업이 많이 변형되어 일이 진행될 때인 것 같습니다. 큰 도전이긴 하지만 이 분야에서 일을 하는 한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적절하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 국제보건 분야에서 사용하시는 해결책의 사례를 하나만 제시해주실 수 있을까요?

외부의 압력과 힘이 커서 사업이 원래 취지에서 어긋나게 진행된다고 생각할 때, 가능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만나 협의하고 설득하고 공동의 의견을 수렴하여, 대표성을 가진 문서화된 의견으로 외부의 힘에 대응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 방법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대방이 이 대표성을 가진 의견에 반하여 행동할 때는 그만큼 본인한테도 위험부담이 크다는 것을 인지시켜 주는 것으로 중재 효과가 나타날 때도 있습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프로젝트의 초기부터 충분한 의사소통과 옹호활동을 통해서 잠재적인 이해관계자들을 참여시킴으로써, 소수의 정치적인 힘으로만 의사결정이 이루어지지 않게 장치를 마련해 두는 방법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장 보람을 느낀 적은 언제이신가요?

참여했던 프로젝트가 대외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목적했던 성과를 달성했을 때도 상당한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지만, 가장 큰 기쁨은 인간 관계로 연결되는 유대감과 친밀감을 느끼는 순간이나 서로 간의 신뢰감을 확인하는 순간인 것 같습니다. 이 분야도 다른 직종과 크게 다르지 않게, 사람들 간의 관계로 일이 진행되기도 하고 또 좌초되기도 합니다. 일 중심, 성과 중심의 업무형태에 매몰되어 주변을 바라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한국인이던 외국인이던 이 사업을 통해서 한 명의 친구, 동료, 멘토, 멘티를 얻게 되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며 나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은 큰 축복인 것 같습니다.

국제보건사업이 효과적,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 선행되거나, 수행단계에서 필요한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요?

충분한 상황 분석, 이해관계자와의 협의, 참여적 원칙에 입각한 사업기획이 우선 사업 이전에 선행되어야 합니다. 현지 주민의 필요도, 보건의료 현황, 타 공여기관/공여국의 활동 조사 등의 사전 조사와 상황 분석 없이는 사업이 효과적으로 형성되기가 어렵고, 이러한 점을 고려하지 않은 사업기획으로는 효과적인 사업을 진행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사전에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의를 통해 이들이 사업에 대해 갖는 이해 관계와 위치를 파악하고, 사업을 효과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관계자 별 전략을 모색해야 합니다. 국제보건 분야에서 조심해야 할 두 가지 극단적인 스펙트럼이 있는데, 한 부류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사업계획과 수행을 부정하고 경험과 직관에 의해서 사업을 기획 및 수행하는 그룹입니다. 논리적인 사업구성과 충분한 사전조사, 성과 지표 설정, 프로젝트 관리법 등을 무시하고 주관적인 사업성과 달성을 앞에 내세우며 자신의 실패는 되돌아보지 않고 주관적인 성공만을 내세우는 그룹입니다. 쉽게 말하면 공부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또 하나의 극단적인 부류는 지나치게 정량적인 성과와 과학적인 증명에 집중하는 분들입니다. 이들에게 현장활동과 산출물, 성과물의 관계는 수식에 불과하며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들과 변수들은 고려대상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효과적/효율적인 사업 기획과 수행은 견고한 과학적, 체계적, 논리적 기획의 바탕 위에서 현장의 상황변수들을 고려하여 통합적이고 총체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수행하는 ‘Science’보다는 사람요소(humane factor)가 많이 들어가는 ‘ART’에 가까운 접근 방식입니다. 특히 사업수행 시 전문적 지식과 기술 이외에도 사업 행정 및 관리 역량, 언어감각을 포함한 의사소통 및 공감능력, 문화적 포용성 등이 효과적인 사업을 위해 중요한 결정 인자입니다.

국제보건 이슈 중 주목하고 관심을 가져야할 주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국제보건규약(IHR: International Health Regulation)이나 글로벌보건안보구상(GHSA: Global Health Security Agenda)로 대변되는 국제보건안보와 관련된 이슈에 대해 좀 더 많은 선후배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관여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신종플루, 메르스, 항생제 내성 등의 각종 감염병은 국경을 넘어서는 재앙으로 발전할 수 있고, 인적/사회적/경제적 혼란과 피해를 줄 잠재력이 있으므로 한 국가만의 준비와 대응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에 IHR, GHSA 와 같은 국제사회의 규범이나 이니셔티브와 협력과 조율을 하면서 신종감염병을 대비 및 대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내에서도 가나와 캄보디아 등지에서 GHSA에 관련된 사업이 미국질병관리본부나 세계보건기구 등과 협력하면서 진행 중에 있고, 최근에는 외교부의 질병퇴치기금에서도 이와 관련된 사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항생제 내성, 실험실 강화, 의료인력양성, 응급상황실 역량강화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하고 있지만 점차 사업범위가 확장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직은 국내에는 감염병의 전문성, 역학(epidemiology)을 포함한 국제보건의 다학제 훈련, 저개발국에서의 현장경험을 두루 갖춘 분들이 많지 않아 이 분야에서 활약하는 분들이 소수이긴 하지만, 국제보건의 전통적이면서도 핵심적인 부분이므로 우리도 앞으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제보건에 관심을 갖고 있는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국제보건의 길에는 정답이 없고 지름길도 없는 것 같습니다. 기초에 충실하면서 공부하고 현장 경험을 하면서 자신만의 우위와 강점을 발견하고 발전시켜 나가며, 본인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세부분야를 찾아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국제보건의 다학제적 특성상 어떤 한 분야의 전문가나 행정가, 연구자가 사업의 성과를 좌우할 수는 없습니다. 다른 분야 동료들의 역할과 전문성과 경험을 존중하고, 겸손하게 이들의 말에 귀울이면서 나의 진로를 탐색해 나갈 때 국제보건의 정의에 맞는 전문성을 가진 분들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로 탐색시 특정 지위나 기관을 목표로 하지 말고, 나의 소명(calling)을 찾고 재능(talent)을 발휘하면서도 내가 생각하는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곳을 장기적인 안목에서 탐색하시기를 바랍니다. 이 분야는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내 지식의 한계와 역량의 부족함을 느낄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꾸준히 탐구하고 연구하고,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의 한계를 넘어 노력하는 겸손한 마음가짐 또한 중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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