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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보건/국제개발협력 분야 종사자 인터뷰

고브니엘 학생연구원 (서울대 국제보건연구실)
  • 작성자국제보건연구센터
  • 날짜2018-04-19 11:32:09
  • 조회수922

[고브니엘 학생연구원 (서울대 국제보건연구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오늘 이야기 나누어 주실 필리핀 사회공헌활동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함께 소개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안녕하세요, 국제보건연구실 석사 4학기차 고브니엘입니다. 보건대학원에 입학하고 첫번째 방학을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고민하던 중 같은 연구실 선생님의 추천으로 아시아연구소에서 모집하는 필리핀 불라칸 지역 개발협력 사회공헌활동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캠프아시아(NGO)에서 불라칸에 거주하는 이주민을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직접 이주민이 거주하는 지역을 방문하고 거주민들의 생활환경과 보건위생 의식을 조사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공부라고 생각했습니다.

방학동안 유익한 공부와 경험의 기회를 갖게 되셨군요. 그렇다면 사전 준비 과정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실제 필리핀에 가기 전, 주민들의 생활환경을 어떤 조사 도구를 사용하여 조사할 것인지 논의해보는 과정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불라칸 지역의 보건위생환경에 대한 기존 정보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이 지역의 보건위생의 전반적인 부분을 파악하고자 ‘생활시간조사(Time use survey)’를 활용하기로 하였습니다. 한 가정에 몇 시간을 머물면서 15분 단위로 주민의 생활 모습을 기록하는 관찰기록을 하는 생활시간조사와 추가적인 정보를 얻기 위한 반구조화된 질문지를 구성하면서 학교에서 배운 내용들을 적용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떤 항목을 질문하고 관찰하는 것이 보건 위생 파악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현지의 문화와 기후에 대해서도 공부하면서 적절한 문항을 찾고, 무엇보다 외국인인 우리가 처음 보는 가정에 들어가서 조사를 할 때에 어떻게 하면 방해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생활모습을 관찰할 수 있을지, 몇 명으로 구성하고 역할을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실제적인 방법을 고민하였고, 이러한 고민이 실제 조사에서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방문하신 불라칸 지역의 모습은 실제로 어땠나요? 생활시간조사 활동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차량으로 3시간 떨어진 곳에서 만난 불라칸의 모습은 똑같은 모양의 집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골목길과 한 칸짜리 정사각형 모양의 집, 세는 비를 막기 위해 천장에 달아놓은 4~5개의 패트병, 냉장고는 없어도 텔레비전과 스피커가 필수인 가정집, 골목에서도 들리는 신나는 음악이 어우러진 모습이었습니다. 생활시간조사에서 저의 역할은 통역을 담당해주는 현지 지역주민 자원봉사자와 한 팀을 이루어서 한 가정에서 3시간 가량을 머물며 15분 단위로 주민들의 생활 모습을 기록하고 질문하는 역할이었습니다. 어떻게 이곳으로 이주하게 되었는지 시장은 몇 번이나 보는지, 물은 잘 나오는지, 요리는 어떻게 하는지 관찰하고 질문하면서 보건위생실태를 조사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연스레 다사다난했던 삶의 경험을 공유하고 주민들과 소통하면서 잠시나마 그 삶에 참여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인터뷰를 하면서 만난 주민들의 대부분은 여성과 아이들이었는데요. 가장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마닐라부근에 거주하면서 주말에 집으로 돌아오는 상황이었습니다. 불라칸의 약 500가구가 마닐라에서 통근열차가 지나다니던 곳에서 수년에서 수십년 동안 불법이든 불법이지 않든 직업을 가지고 가족을 꾸리고 살던 사람들이었는데 8년 전 우리나라 정부도 참여했던 마닐라 통근열차 개선 사업으로 강제 이주하게 되면서 형성된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주말이 되면 평일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이는데 돌아온 남편이 시장과 필요한 물품을 사와서 그날은 맛있는 음식을 해먹고 그 간의 빨래를 하면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많았습니다.

관찰하셨던 것 중에서 어떤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으셨나요?

아이 4명을 기르는 어머니를 따라 장을 보러 갔었는데, 마늘 2쪽이 비닐포장지 포장이 되어서 판매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마늘 뿐만 아니라 음식 조리에 필수인 오일도 손가락 한 마디만한 비닐봉지에 넣어서 판매되고 있었고 아이들 기저귀도 낱개로, 세탁용 세제도 일회용 샴푸처럼 낱개로 판매되는 것을 보면서 큰 돈을 지불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작은 단위의 돈을 주고 살 수 있도록 경제가 움직인다는 점에 대한 놀라움과 한편으로는 일상에서 매일같이 필요한 필수품을 한번에 사지 못하고 어린 아이들을 집에 두고 여러 번 구매하러 시장에 와야 하는 번거로움과 더불어 다음에 돈이 없어서 사지 못하면 어쩌지라는 불안감을 매일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편이 2주 마다 송금해주는 돈으로 삶을 꾸려나가는데 낱개로 구매한 값이 결국 총합으로 계산하면 더 많은 돈을 지출하게 만들고 그 부담은 오롯이 이곳으로 강제 이주된 주민들이 지어야 하는 부담이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가정에서 이와 같은 소비 패턴을 보이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른 가정에서는 20분 멀리 떨어진 가게가 저렴하다는 것을 알고 그 가게를 이용하고, 일주일 단위의 식료품을 한번에 구매해오는 것을 인터뷰를 통해 알게 되면서 이렇게 다른 소비패턴을 보이는 요인과 이로 인한 건강의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에 대해 더 연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꼭 덧붙이고 싶으신 말씀 있으신가요?

불라칸 지역에서 조사를 하면서 보건을 공부한다는 것이 고혈압인지, 영양이 부족하지 않은지, 깨끗한 물을 사용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더 잘 알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물과 전기가 민영화가 되면서 시설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요금은 높아져 가고 그로 인해 접근성과 질이 낮아진다는 사실, 다국적기업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약해지면 동네에 하나밖에 없는 가게에서도 다국적기업의 소다가 물보다 더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는 모습, 가난할수록 필수적인 생활용품 구매에 더 잦은 빈도와 많은 금액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을 통해 정책이 우리의 삶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의 크기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필리핀 보건위생조사에 함께 참여했던 문화인류학 박사님이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이곳에 강제 이주된 거주민들이 이전에 마닐라 통근열차 부근에서 살던 삶을 ‘Dangerous zone’에서의 삶이라고 표현했는데 지금의 삶을 ‘Death zone’이라고 말한다고… 이전의 삶에 비해 상대적으로 번듯한 주거와 깨끗해 보이는 위생환경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주민들이 보여주지 않은 그리고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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