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NATIONAL UNIVERSITY
검색창 닫기

국제보건/국제개발협력 분야 종사자 인터뷰

김형준 전문관 (UNICEF 네팔 사무소)
  • 작성자국제보건연구센터
  • 날짜2017-12-29 13:37:04
  • 조회수3281

[김형준 전문관]

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저는 현재 니세프 가나 사무소에서 개발커뮤니케이션 전문가 (Communication for Development Specialist)로 일하고 있는 김형준이라고 합니다. 가나에 온지는 1년반이 다 되어가고, 그 전에는 유니세프 네팔 사무소 보건팀에서 3년 정도 같은 업무를 했습니다.

한국에서는 조금 생소한 분야인 것 같은데요, 말씀하신 개발커뮤니케이션 은 어떤 분야인가요?

헬스커뮤니케이션이 보건에 초점을 맞춘거라면, 제가 하는 개발커뮤니케이션 (Communication for Development) 은 커뮤니케이션을 활용해서 유니세프가 하는 다양한 개발 사업 (위생, 보건, 영양, 아동보호 등)의 지표를 개선하는 것을 말합니다. 저는 주로 보건 위생쪽 프로젝트를 맡아서 하고 있구요. 예를 들어, 간단한 손씻기로 5세미만 아동들의 설사를 절반 가량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설사가 5세미만 아동들의 사망원인 중 항상 Top3 안에 들죠. 그래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다양한 행동변화 개입을 통해서 부모들의 인식을 개선하고 아이들의 행동변화를 유발해서 손을 씻게 만들고, 그게 결국에는 아이들을 살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죠. 단지 손을 씻을때는 비누와 물을 준다고 씻는 것이 아니거든요. 언제 어떻게 왜 씻어야하는지에 관한 충분한 정보도 필요하고, 사회관습도 중요하구요. 그런 모든 소프트한 부분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넛지(nudge)하는 것이 제가 하는 개발커뮤니케이션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보건과 관련있는 개입이면 헬스커뮤니케이션이라 할 수 있구요. 허나 조혼 및 아동 대상 폭력과 같은 캠페인들도 직접적으로 보건 상태를 개선하지는 않아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보건상태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다양한 주제가 결국에는 health communication라는 카테고리 안에 들어간다고 볼수도 있습니다.

그렇군요. 매우 중요한 분야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국제보건분야 중, 특히 개발커뮤니니케이션에 관심을 갖게된 계기는 무엇이였나요?

저는 처음부터 개발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을 두고 커리어를 시작하지는 않았구요. 난민 인권에 처음 관심을 가지면서 점차 관심분야를 넓혀갔습니다. 개발이라는 것이 깊이 들어가면 결국에는 인권의 문제거든요. 인간으로써 기본적으로 누려야하는 권리죠. 그것이 개발인 것이죠. 제가 일하는 개발커뮤니케이션의 3대 원칙 중 하나도 인권을 바탕으로 한 접근법입니다. 즉,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본인들의 필요를 스스로 깨닫고 요구하는 과정에 커뮤니케이션이 사용되는 것이라는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커뮤니케이션이란 수단을 통해서 물건을 전해주는 일방적인 도움이 아니라 그들의 요구를 듣고, 그들과 함께,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찾아가는 플랫폼을 제공해주는 것이 지금 제가 하는 일입니다.

이러한 관심분야를 찾게되시기까지 어떠한 경험들을 하셨나요?

저는 대학생때부터 난민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한국에서 다양한 옹호활동도 하고, 캠페인도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지금 하는 일의 기초를 다졌구요. 대학원에서 분쟁 현장에서의 개발에 관해 공부하면서 커뮤니티 주도 개발에 관한 것들을 많이 공부했고, 그 분야에서 쓰이는 참여적 방법론이 지금 하는 개발 커뮤니케이션의 기초가 되었지요. 유니세프에 들어와서 보건팀 전담으로 배치가 되어서 지금까지 보건/위생쪽 행동변화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국제기구에서 근무하기를 희망하는 많은 독자분들이 계실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언제부터 국제기구에 대한 꿈을 키우셨나요?

사실 국제기구를 처음부터 마음에 품고 준비를 한것은 없구요. 주변에 관심있는 이슈들, 당시에 저에게는 난민, 인권, 분쟁 관련된 것들을 공부하고 행동하는 걸로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관심분야를 쫒다보니 태국, 아프가니스탄에서 일을 하면서 관심분야를 구체화 시켰습니다. 중간에 한국 사기업에서 2년정도 일도 했던 경험도 있습니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어떻게 국제기구에서 일하시게 되었나요?

유니세프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석사 유학 생활이 거의 끝날때 아는 분이 코이카에서 다자협력전문가 (KMCO)라는 제도가 새로 생겼다고 지원해보라고해서 지원을 하게 되었죠. 다자협력전문가는 코이카에서 비용을 대주고 유엔기구에 가서 길게 2년까지 유엔에서 일할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대부분 코이카 펀딩이 가는 유엔사무소로 파견하기 때문에 기구내 위치나 대우도 좋고, 무엇보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2년정도 유엔의 업무를 배울 수 있다는 게 장점이죠. 그렇게 유니세프 네팔 사무소에서 개발커뮤니케이션 담당관으로 일을 시작했고, 다자협력 전문가 계약이 끝날때쯤 유니세프 사무소에서 직원 오퍼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네팔사무소에서 3년을 근무하고 가나 사무소를 지원해서 이곳에 온지 1년반 정도 되어갑니다.

정말 대단하시네요! 이전에도 국제기구에서 근무하신 경험이 있으신가요?

사실 유니세프 전에도 유엔에서 일한 경험이 있긴합니다. 유엔난민기구(UNHCR) 동남아시아 본부에서 탈북자 관련 보호 업무를 했었구요. 사기업, 유엔, NGO 경험들이 다 모여서 지금 하는 일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현재 위생 관련 캠페인과 이노베이션 프로젝트를 담당하시고 계신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생리위생에 대한 캠페인도 그 중 하나라고 들었습니다. 이 캠페인은 어떤 필요성으로 진행되었나요?

유니세프 통계에 따르면 가나에 있는 95%의 여학생들이 생리기간에 학교를 빠져본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여학생들의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 학교생활에 지장을 미치는 거죠. 게다가 절반정도의 여학생들이 첫 생리를 하기 전까지 생리에 관해 전혀 배워본적이 없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저는 가나 교육청과 함께 생리위생 (Menstrual hygiene management)과 관련한 사회적 관습을 개선하고 여성 청소년들이 생리를 더 이해하고, 생리기간에도 학교를 빠지는 일이 없도록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노상방뇨에 대한 캠페인도 진행하고 계시다 들었습니다. 이 캠페인은 어떤 배경으로 추진되게 되었나요?

노상방뇨는 가나에서 큰 사회적 이슈입니다. 15%의 가정만이 제대로 된 화장실이 집에 있고, 약 20%가 노상방뇨를 한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노상방뇨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다양한 루트 (더러운 손, 물, 파리 등)을 통해 배변이 다시 누군가의 음식으로 입으로 들어온다는 것입니다. 5세미만 사망원인 중 설사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가나에서는 노상방뇨만 막아도 어린이들의 건강은 물론 영양상태 개선에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이죠. 허나 노상방뇨는 사회에 깊게 자리잡은 관습이여서 바꾸기가 쉽지 않습니다. 저희 유니세프는 정부와 함께 향후 2-3년간 노상방뇨가 부끄러운 일이고 멈춰야한다는 사회적 관습을 만들기 위해서 캠페인을 진행중입니다.

모바일을 활용한 사업도 진행중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모바일을 활용해서 젊은 청소년들에게 보건, 위생, 아동보호 등 정보를 제공하고 그들의 피드백을 받는 플랫폼들을 개발하고 운용하고 있습니다. Agoo 라는 플랫폼은 유니세프와 보건부, 그리고 가나에서 가장 큰 통신사가 협력해서 만들었는데 청소년들이 언제나 5100로 전화를 걸면 무료로 다양한 주제에 관해 배울 수 있습니다. 또한 U-Report라는 플랫폼은 매주 청소년들에게 한개의 질문을 문자로 던져서 그들의 의견을 듣고 그것을 정부와 함께 개선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정부 관계자에게 전해져서 그들의 목소리도 정책에 반영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UNICEF 가나 사무소에서 보건관련 특별히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어떤 것이 있나요?

가나 보건 분야에서 가장 시급하게 여기고 있는 분야는 아무래도 newborn care입니다. 정부와 원조기관 등의 노력으로 5세미만 사망률은 많이 내려간 것이 사실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문제가 여전히 많습니다. 특히 5세미만 사망 아동의 71%가 생후 28일 안에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신생아를 안전하게 분만하고 건강하게 자라게 하는 기회가 생후 28일안에 있는 것인데 여러 이유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정부와 유니세프는 신생아의 안전한 출산과 건강한 시작을 위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향후 5년간 집중적으로 일할 계획입니다.

그렇다면 조직적 측면에서는 어떤 과제들이 있을까요?

가나가 이제는 Low-middle income country로 원조기관의 지원이 현격히 줄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한 상황속에서 보건 예산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큰 이슈입니다. 도너들이 떠나도 시스템이 유지되고 더욱 발전해야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UHC (Universal Health Coverage)의 큰 기둥인 의료보험 재정을 확보 및 운영하는 것은 보건부가 떠안은 큰 숙제라고 생각됩니다.

현장에서 일하는 것은 보통일이 아닐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떤 어려운점들이 있나요?

개인적으로 어려운 점이라면 아무래도 집과 멀다는 것과 의료서비스가 열악하다는 것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프리카에서도 한국에서 가장 먼 서아프리카에 있다보니 집에 가는 것도 큰 일이고, 애가 두명있는데 한국에서 산 날보다 해외에서 산 날이 많아서 부모님께 죄송하기도 하죠. 또한 애들이 아플때 병원을 가도 속 시원한 대답과 믿을만한 치료를 받는데 한계가 있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한국의 의료서비스에 길들여진 부모로는 이곳에서 제공되는 의료서비스에 만족하기가 힘든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 가족과 같이 살고 있기에 감사한 마음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타지에서 정말 고생이 많으시네요. 반면, 사업 수행시 국제기구만의 장점도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모든 국제기구를 대변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유니세프의 최고 장점은 현장부터 정책까지 모두 관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현장에 한 발을 두고 나머지 발은 정책에 두어 현장의 목소리와 이슈들을 정책입안에 반영하는 것이 최대의 장점입니다. 내가 하는 일 혹은 만들어내는 변화가 그 커뮤니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을 통해 국가 전체에 퍼져나가는 경험은 국제기구에 있기에 가능한 일인것 같습니다. 또한 다양한 국적의 직원과 일하기 때문에 배울 수 있는 부분이 참 많습니다. 일을 하는 스타일, 협상하는 방법, 리더십등 다양한 문화권의 예들을 볼 수 있어서 배우는데 있어서 본인이 생각하기에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법들을 찾아 배울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수평적인 의사결정 과정과 상사 관계또한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최대 장점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앞으로 주목해야 할 국제보건이슈는 무엇이 있을까요?

제가 보건전문가는 아니지만 현장에서 보건분야 전문가들과 같이 일하며 느끼는 것을 바탕으로 말씀드리면 Equity and data 입니다. Equity 이슈는 비단 보건분야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MDG시대를 겪으며 실제로 모성사망률이나 5세미만 아동사망률이 개선된 것은 사실입니다. 허나 데이터를 세분화 하면 도시와 시골, 여성과 남성,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 보건상태는 여전히 큰 격차가 발견됩니다. 단지 5세미만 사망률이 줄었다고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니라는 겁니다. 그로인해 세분화된 데이터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실제 국제개발 사업도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세분화된 인터벤션이 더욱 요구되고 있구요. 동시에 그런 데이터가 바탕이 되어 정부의 정책이나 예산 집행이 될 수 있게 조언해야 하는 것이 유니세프같은 국제기구의 역할이기도 하구요. 이러한 현상은 특히나 중진국으로 향해가는 개발도상국들에게 더욱 필요한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새겨듣도록 하겠습니다. 독자들에게 책 한 권을 추천해주세요!

최근 저자 리처드 탈러 교수가 노벨 경제학상을 받으면서 다시 주목을 받은 넛지(Nudge)를 추천합니다. 제 관련 업무이기도 하고, 개발뿐만 아니라 사회정책 대부분이 아무리 정교하게 기획한다고해도 구성원들의 행동/인식 변화가 같이 일어나지 않으면 실패하게 마련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개발 컨텍스트는 아니지만, 인간의 행동에 관해서 구체적으로 실험을 해보고 어떻게 nudge를 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책입니다. 개발 분야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개발 분야에서도 최소의 비용으로 효율적인 행동변화를 일으키는 시도들이 많이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그것이 사회의 공공의 이익을 증진시키거나 사람들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말이죠.

마지막으로 국제보건분야의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국제보건을 하시는 분들에게 현장 경험을 하시라고 조언 드리고 싶습니다. 이왕이면 한살이라도 어릴때 빨리 짐을 싸서 현장으로 가서 최소 일이년 정도는 현장을 보고 느끼시길 추천드립니다. 나중에 학계든 연구소든 돌아온다고 하여도 현장에서의 고충을 알지 못하면 한계가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단기 출장으로는 알 수 없는 현장의 고민들과 다이내믹이 있습니다. 왜 정부의 역량이 강화되지 않는 것인지, 왜 내가 생각했던 변화이론 (Theory of change)은 실행이 되지 않는 것인지. 왜 현장 주민들은 다 가져다줘도 다 가르쳐줘도 여전히 변화하지 않는 것인지. 우리의 생각과 지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현장의 문맥을 배우기 위해서라도 현장 경험은 꼭 필요한 것 같습니다. 국제보건을 공부하시는 대학원생들은 이미 경험이 있으시리라 생각이 들지만 꼭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현장에 들고나와 적용해보고, 때로는 실패도 하는 경험을 통해 국제보건 전문가로 성장하시길 바랍니다. 국제개발이란 분야에 늦게 뛰어들었지만 누구보다 관심이 큰 한국입니다. 그 관심이 경험과 자산으로 쌓이기 위해서는 젊은 친구들이 더 많은 현장경험을 들고와서 한국 개발업계를 더 성장시켜야 하지 않을까요. 현장에서 만나 뵙기를 소망합니다!.

이상으로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목록

수정요청

현재 페이지에 대한 의견이나 수정요청을 관리자에게 보내실 수 있습니다.
아래의 빈 칸에 내용을 간단히 작성해주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