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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보건/국제개발협력 분야 종사자 인터뷰

정성훈 본부장 (ReDI)
  • 작성자국제보건연구센터
  • 날짜2017-11-24 11:28:58
  • 조회수1282

[정성훈 본부장]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국제개발 분야의 연구와 평가, 그리고 사업 수행을 하는 글로벌발전연구원(ReDI)에서 근무하는 정성훈이라고 합니다. 2014년 2월부터 현재까지 에티오피아에서 KOICA 급수 및 위생 환경개선 사업을 맡아 진행하고 있고요, 내년(2018년) 3월에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돌아올 예정입니다.

글로벌 발전연구원(ReDI)은 주로 어떤 분야의 연구를 하는 곳 인가요?

한국의 국제개발 관련 주요 정책 연구,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포함한 정부 부처의 국제개발 수행 전략 및 사업 계획 수립을 위한 컨설팅, 국제개발 사업(프로젝트)의 평가 등을 수행합니다. 각 분야 전문가 집단과의 협업을 통해 직업훈련, 농촌개발, 농업, 급수 및 위생, 봉사단 파견, 문화 및 관광 등 다방면에 걸친 연구 및 평가를 진행합니다.

어떤 계기로 국제보건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저는 학부에서 불문학, 그리고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전공하였습니다. 그러다보니 국제보건이란 분야에 먼저 관심을 갖고 선택한 것은 아니었고요, 우연한 기회에 일을 맡아 시작하게 된 것이 지금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제가 국제개발 현장 업무를 처음 맡은 것은 2011년이었습니다. 친구의 소개로 동티모르에 한국 NGO의 프로젝트 매니저로 파견되었는데요, 그 때 2년간 현장에서 진행한 사업이 농촌 지역 급수 사업이었습니다. 개도국 현장 프로젝트도 처음이고, 급수 사업에 대해서도 지식이 전혀 없었던 탓에 무척 고생하며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어려움이 많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사업을 잘 마치고 나니 개도국 현장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동티모르에서의 급수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2014년부터는 에티오피아 농촌 지역에서 KOICA의 급수 및 화장실 개선 사업을 맡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화장실 개선이 주요 과업이었던지라 새로이 공부하고 배워야할 부분이 많았고요, 지금도 계속해서 배우며 일하고 있습니다. 시작은 제 선택이 아니었습니다만, 지금은 개인적으로 급수 및 위생 분야가 국제보건 중에서도 매력이 큰 분야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급수 및 위생 분야에 대해서 더 알고 싶습니다. 개발도상국에서는 이와 관련한 어떠한 문제점을 갖고 있고 그에 대한 해결방안으로는 어떠한 것들이 논의되고 있는지요?

우연한 기회에 시작한 급수 사업에 이어 현재 진행하고 있는 화장실 개선 사업까지 급수 및 화장실 분야의 일을 7년째 하고 있는데요, 아시는 것처럼 이 분야는 보통 ‘WaSH (Water, Sanitation and Hygiene)’로 불리며 국제보건의 한 분야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안전한 급수와 화장실 사용은 우리에겐 의식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만, 수많은 개도국 주민들에게는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2015년 세계보건기구(WHO) 발표에 따르면, 안전한 식수 공급을 못 받는 세계 인구가 6억 6천만 명이고, 위생적 화장실을 사용하지 못 하는 인구는 24억 명에 달합니다. 이들 24억 명 중 약 10억 명은 화장실이 아예 없이 야외에서 대변을 보는 상황입니다. 제대로 된 급수와 화장실 환경이 미비되면, 보건은 물론, 경제 발전과 교육, 아동 발달, 인권, 젠더 등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인간 생활의 모든 부분에 전반적 영향이 미치는 것으로 이미 여러 연구 결과 입증되어 있습니다. 특히 설사는 개도국에서 위생적 급수와 화장실의 미비로 인해 발생하는 가장 대표적 질병인데요, 현재 전 세계적으로 매일 1천 명의 개도국 아이들이 설사로 인해 사망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전 세계적으로 급수와 화장실 개선, 위생 행동 개선을 위한 많은 투자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맡고 있는 화장실 개선 사업도 사업의 목표를 설사 발생률 감소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현재 에티오피아에서 KOICA 프로젝트 사업을 진행하시고 계시다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수행하고 계신가요?

현재 에티오피아에서 진행하고 있는 KOICA 사업의 제 과업분야는 1) 화장실 개선, 2) 위생 습관 개선, 3) 급수시설 관리 주민 조직 및 역량 강화입니다. 또한 이와 더불어 개도국 농촌 지역에서의 화장실 개선이 5세 미만 아동의 설사 감소에 미치는 효과를 측정하기 위한 영향평가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화장실 개선은 에티오피아 농촌 지역에 위치한 총 48개 마을에서 진행하고 있고요, 올해 초에 마무리된 1차 사업 기간 중 24개 마을 (총 1,700 가구)에서 화장실 개선을 완료하였습니다. 현재는 2차로 나머지 24개 마을에서 화장실 개선을 진행 중입니다. 또한 프로젝트의 일부로서 지역 주민 7만 3천 명에게 식수를 공급할 급수시설이 건설되고 있는데요, 프로젝트가 막바지 단계로 접어들면서 현재는 내년 2월로 예정된 공사 완료 시점 이후 급수 시설의 운영과 관리를 책임지게 될 주민 조직 및 역량강화에 중점을 두고 업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매우 뜻 깊은 사업인 것 같습니다. 이러한 사업을 수행 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였나요?

처음으로 진행해본 화장실 개선 사업이다 보니 사업 초기에는 잘 모르는 상태에서 사업을 기획, 수행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로 인해서 심리적 부담이 컸던 듯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지금과 같은 정도의 성과 달성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그저 감사할 따름이네요. 에티오피아 농촌 지역에서의 생활도 프로젝트 관리를 쉽지 않게 만들었던 여러 원인들 중 하나였습니다. 제가 거주하던 사업지에 1년 넘게 물이 나오지 않아서 숙소로 지내던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루에 하나씩 제공해주는 20 리터짜리 물통 하나로 화장실과 샤워를 모두 해결하면서 지내기도 했으니까요. 급수 사업을 위해 파견되는 곳마다 매번 제 스스로가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사실도 흥미롭게 느껴지네요. 물 사정이 좋지 않으니 급수 사업이 필요한 것일 테지만, 저도 사람인지라 제가 있는 곳만큼이라도 물이 좀 제대로 나왔으면 좋겠네요.

그렇다면 특히나 보람을 느끼신 순간은 언제인가요?

동티모르에서의 급수 사업, 그리고 현재 진행하는 에티오피아의 화장실 개선 사업 모두 주민주도형으로 진행되는 사업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예측 불가능한 어려움도 많고, 그만큼 보람도 많았던 사업들이었습니다. 달리 생각할 필요도 없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라면 화장실 개선의 달성을 축하하는 행사 개최 시점이었습니다. 1차로 사업을 진행했던 24개 모든 마을에서 100% 화장실 개선을 완료하고 축하하는 행사를 24개 마을에서 순차적으로 진행했는데요, 마을이 너무 많아 육체적으로는 힘든 과정이었지만 가장 행복했던 시간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또한 사업과 더불어 진행한 현장 연구를 통해서 사업의 결과 5세 미만 아동의 설사가 실제로 감소했음을 확인한 순간도 절대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러한 사업을 통해 마을에서 어떠한 변화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하시는지요?

주민주도형 화장실 개선은 주민들의 의식 전환을 기반으로 화장실 문화와 관련된 집단적이고 지속적인 변화 달성을 목표로 합니다. 화장실 건설을 위한 외부의 물자 지원을 지양하는 핵심적 이유가 지속적 변화를 담보하기 위해서이지요. 따라서 이 사업은 최소 수 년 이상의 시간이 지난 후에도 주민들이 지금과 같은 상태의 화장실 조건을 유지하거나, 가능하다면 보다 더 개선된 상태로 유지할 때에만 비로소 확실히 성공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제가 이 사업을 통해 마을에서 이루었으면 하고 바라는 변화는 바로 이것, 지속적인 변화의 모습입니다.

현장에서 국제보건 사업을 수행할 때, 어떤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되시나요?

제 자신이 현장에서 보건 사업의 기획과 운영을 직접 경험하면서 가장 절실히 느낀 점은, 사업 기획의 완성도가 높아질수록 안정적인 사업 진행과 목표 달성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입니다. 언뜻 너무 당연한 소리로 들릴 수도 있습니다만, 사업 발굴 과정에서 분야 전문성을 기반으로 지역적 상황까지 세세히 고려한 사업 기획을 하기란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업 기획 단계에서부터 충분한 시간과 인력, 재원을 투입해서 제대로 된 사업을 만들면 진행 과정에서의 시간과 재원 낭비를 훨씬 더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장기적으로는 보건을 포함한 한국 개발 분야에서의 사업 기획 문화에 변화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국제보건에 관심을 갖고 있는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급수 및 화장실 개선이라는 특수한 분야의 제한된 현장 경험만 갖고 있고, 보건 사업을 제대로 진행하기 위한 공부도 부족하기에 제가 누군가에게 조언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현장의 사업 관리자로서 해를 거듭하며 제 자신의 한계를 깊이 느낄수록 드는 생각은 분야 전문성과 현장에 대한 이해 두 가지 모두를 겸비하지 않으면 효율적인 사업관리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국제 보건은 세부 분야가 매우 많고, 또 다양한 직군이 존재하는 분야입니다. 그 중에서도 현장의 사업 관리자가 되기를 희망하시는 분들께는 관심 있는 세부 분야에 대한 공부를 충분히 하시고, 그와 더불어 일찍부터 현장에서 최대한 오랜 시간에 걸친 경험을 쌓으시면 좋을 것 같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이상으로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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