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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보건/국제개발협력 분야 종사자 인터뷰

남하연 (유니세프 나이지리아, 개발커뮤니케이션 전문관)
  • 작성자국제보건연구센터
  • 날짜2021-04-06 15:59:31
  • 조회수242

[남하연 개발커뮤니케이션 전문관 (유니세프 나이지리아)]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유니세프 나이지리아 사무실에서 개발커뮤니케이션 (Communication for Development, 약칭 C4D) 전문관으로 일하고 있는 남하연입니다. 주요 업무는 소아마비 커뮤니케이션이고, 코로나 관련 커뮤니케이션도 겸하고 있습니다. 유니세프에는 2010년도 JPO(Junior Professional Officer)로 뉴욕 C4D 부서로 입사하였고, 이후 소말리아 소아마비 및 콜레라 C4D 업무를 거쳐 나이지리아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유니세프 입사 전에는 국내 홍보회사에서 다년간 일한 경력이 있습니다.

 

현재 일하고 계시는 기관과 맡고 계신 업무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유니세프에서는 커뮤니케이션 부서를 크게 둘로 나누는데, 커뮤니케이션과 개발 커뮤니케이션 (C4D) 입니다. 커뮤니케이션팀이 유니세프의 입장을 대표하여 대외홍보 활동을 하는 것이 주 목적이라면, C4D팀의 주 목적은 대국민 행동변화 커뮤니케이션입니다. 국가와 유니세프가 공동으로 설립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어떤 행동이 변화해야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는지 파악하고 그 행동을 촉구하는 커뮤니케이션이지요.

예를 들어, 나이지리아 아동의 90% 이상이 생후 12개월 내에 소아마비 백신을 4회 이상 접종받는 것이 목표라면, 어떤 메세지를 어떻게 전달해야 아동이 백신을 접종받게 될까 분석합니다. 아동의 보호자/부모의 지식, 태도, 관습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고, 아동 부모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커뮤니티 및 미디어 네트워크에 대한 맵핑을 진행합니다. 또한 종교/문화적인 영향력을 파악하고 물리적인 환경과 정치/행정적인 구조, 각각의 영역에서의 장애 요인을 분석한 후, 효과적인 경로를 통해 다각도로 메세지를 전달하여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데리고 보건소에 가서 백신을 접종받는’ 행동을 취하게끔 하는 것이 C4D팀의 목표입니다. 이 과정에서 실제 아동의 부모들과 커뮤니티 일원들, 정부 소속 공무원들의 참여로 메세지와 채널을 해당 커뮤니티 맞춤형으로 제작하고, 이 과정에서 수집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정책권자들에게 전달하여 규제와 행정적인 편의를 도모하는 것도 저희 팀의 역할입니다.

 

어떤 계기로 국제보건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보건에 매력을 느낀 첫 계기는 보건이 C4D 사업 분야 중 가장 지표와 성과측정이 뚜렷하고 가시적이라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행동변화라는 것이 길고 지난한 과정입니다. 메세지를 전달한다고 해도 단시간에 변화를 기대할 수 없고, 개개인의 변화가 있다고 해도 그 변화가 임계점을 넘어 전 사회적 표준규범(norm)이 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뿐더러, 변화를 측정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노상 배변(open defecation)이나 여성할례를 생각하면, 얼마나 가시적 성과측정이 어려운지 상상이 되실 겁니다.

이와 대비하여 보건 분야의 행동 변화는 상대적으로 지표화하기 쉽고 데이터의 축적에도 속도감이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이 매력적이어서 소아마비 C4D 업무를 익히게 되었고, 이를 시작점으로 이후 런던 위생 및 열대의학 대학원(London School of Hygiene & Tropical Medicine)의 공중보건학 과정을 밟으면서 보건에 대한 흥미를 더하게 되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국제보건 관련 업무 또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현재 진행중인 코로나 대응 커뮤니케이션입니다. 오랜 기간 경험이 축적된 소아마비와 달리 코로나는 지식이 부족한 상태에서 전 인류가 해당 질병에 대해 학습해가며 실시간으로 지침을 만들어야 하는 점이 힘들었고, 또 전 연령(특히 성인)이 전염에 노출된 질병이다 보니 어마어마한 관심과 비례하는 루머와 가짜뉴스에 대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기회로 루머 추적 및 소셜미디어 전략을 재정립하게 되어 C4D가 한 단계 나아가게 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국제보건 업무를 수행하시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지요?

현실에 적용하기 어려운 행동변화를 요구할 때가 제일 힘듭니다. 코로나 행동대책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자가격리를 강조하였지만, 사실 현지인들이 사는 집에 가보면 대문도 제대로 붙어 있지 않은 움막이 수 십 채씩 붙어있고, 한 움막에 열 명이 넘는 대가족이 살고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손씻기, 마스크 착용 등 상황에 적용 가능한 최대한의 예방책을 동원하도록 안내하고 방역용품을 지급하기도 하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소말리아에서는 폭탄 테러가 잦아서 사상자가 많이 발생하고, 제가 방문했던 보건소도 방문 후 며칠 뒤 폭파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저희가 오랫동안 공들여 지키려 했던 생명이 이렇게 덧없이 희생당할 때 역시 많이 힘듭니다.

 

그렇다면, 가장 보람을 느낀 적은 언제인가요?

공교롭게도 소말리아, 나이지리아 모두 제가 소아마비 업무를 맡아 근무하던 중에 wild poliovirus(야생형 폴리오바이러스) 종식 선언을 하였습니다. 거기에 제가 기여한 바는 바닷가의 모래알만큼 미미할 테지만 그래도 소아마비 퇴치에 기여하였다는 의미에서 뿌듯했습니다. 특히 데이터 상으로 주민들의 백신 관련 지식이나 아동 접종도가 늘어가는 것을 보면 커뮤니케이션의 성과가 눈에 보여서 기쁘고요, 유니세프가 트레이닝하고 파견한 커뮤니티 자원봉사자들(volunteer community mobilizers)이 근무하는 지역에서 주민들의 보건 지표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을 볼 때, 저희의 노력이 헛되지 않은 것 같아 기쁩니다.

 

국제보건 사업이 효과적,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 선행되어야 하거나, 수행단계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한 가지만 꼽자면, 주민들의 참여라고 생각합니다. 개발 사업은 자칫하면 호혜적으로 흐르기 쉽습니다. ‘우리나라가 개발되어봐서 아는데, 이거 당신 나라에게 좋은겁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제시하는 방법으로 하면 됩니다.’ 라는 식으로요. 보건은 특히 그 당위성 때문에, 그리고 의료진의 높은 지식과 비견되는 주민들의 미비한 의료 지식 때문에, 탑다운 방식으로 진행되기가 쉽습니다.

모두가 건강의 중요성을 느낄 것이고, 아프면 병원을 찾을 것이며, 의료진의 지시에 따를 것이라고 생각하지요. 그러나 백신을 수십가지 구비하고 최고급 시설을 구비한 병원을 지어도, 주민들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면 보건 수준은 향상되기 힘듭니다. 주민들과의 사전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그들이 생활 중 가장 힘들어하는 문제, 흔한 질병과 그들이 주로 찾는 치료법, 기존에 유사한 보건 사업이 시도되었다면 왜 성공하지 못했는가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또한 현지에서는 어떤 방식과 메세지가 통하는지, 어떤 채널과 사람을 통해야 주민들이 설득되는지 주민들에게 직접 아이디어를 얻어야 하고, 의료 서비스가 진행되는 방식에서도 주민들의 편의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이러한 선결 조건이 있어야 보건 사업이 궤도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제보건 이슈 중 특히 주목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 주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예방의학의 중요성입니다. 발병 후 치료도 중요하지만 아프리카 같이 보건서비스의 질이 낮은 곳에서는 질병이 생기지 않게 살아가는 것이 치료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환경과 생활습관 개선, 정기적인 검진으로 예방할 수 있는 질병은 굉장히 많습니다. 유니세프가 손 씻기, 노상 배변 근절, 식수 위생 개선, 모유수유 및 영양이 균형잡힌 이유식을 권장하고, 모기장을 배포하고, 백신으로 면역력을 높이고, 비타민 A와 구충제를 배포하고, 임신한 여성에게 정기적인 산부인과 방문을 권장하고 파상풍 주사를 접종하는 것이 모두 예방의학의 일환입니다.

 

개발협력 및 국제보건에 관심을 갖고 있는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국제보건 사업 진행 시 다각도로 바라보는 시각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드리고 싶습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보건 사업의 성공은 의료 그 자체보다는 외부의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넓게는 정책과 보건시스템에서부터 좁게는 주민들의 피드백까지, 시야를 폭넓게 가지고 다양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셨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말씀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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