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NATIONAL UNIVERSITY
검색창 닫기

국제보건/국제개발협력 분야 종사자 인터뷰

엄예린 (세계은행, Financial Specialist)
  • 작성자국제보건연구센터
  • 날짜2021-03-11 23:24:55
  • 조회수718

[엄예린 수자원국 비용편익분석가 (세계은행 World Bank)]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엄예린이라고 합니다. 세계은행에서 10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재무분석 전문가로 입사해서 자금 조달 업무를 3년 한 후, 아시아태평양지역 부총재실에서 보좌관으로 3년, 그리고 현재는 수자원국에서 비용편익분석가 및 프로젝트 리더로 4년째 일하고 있습니다.

 

현재 일하고 계시는 기관과 맡고 계신 업무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세계은행(World Bank)은 전후 유럽 경제 복구를 위해 2차 세계대전 직후에 생겼습니다. 이후에는 개발도상국의 경제 개발 및 빈곤 퇴치를 목표로 전 세계 회원국들에게 저금리 대출 및 grant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현재 제가 있는 수자원국에서는 상하수도, 하천관리, 관개, 뱃길, 댐 등 수자원관리와 관련된 다양한 사업을 개발도상국 정부와 함께 기획, 집행합니다.

저는 초반에는 팔레스타인, 요르단, 소말리아, 케냐, 캄보디아, 라오스, 파키스탄 등의 수자원 프로젝트 팀 내에서 비용편익 및 수익성 분석(economic and financial analysis)을 담당했고, 최근에는 방글라데시 자무나 하천 경제 구역 개발 사업(Jamuna River Economic Corridor Development Project)의 리더로 프로젝트 기획 전반을 챙기고 있습니다.

 

어떤 계기로 개발협력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세상에서 잘 쓰일 수 있는,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자라면서 종종 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보다 절대적인 빈곤이 더 심각한 개발도상국 문제에 대해 자연스레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개발협력 관련 업무 또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방글라데시의 인적자본 개발을 위한 농어촌 식수공급 및 위생개선 사업(Rural Water Supply, Sanitation, and Hygiene (WASH) for Human Capital Development Project)이 기억납니다. 방글라데시는 수 년 내에 저소득국가에서 벗어나는 것을 국가적 목표로 하고 있고, 이를 위해 인적자본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5살 미만 어린이의 3분의 1이 발육부진으로, 이는 어린이들의 신체발달과 학습능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미래의 소득과 생산성이 감소하게 됩니다. 중요한 점은, 균형잡힌 영양 섭취 못지않게 깨끗한 식수와 화장실로의 접근성, 위생 수칙 준수가 아동들의 발육부진 감소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농어촌 지역에 깨끗한 식수를 공급하고, 공공장소 및 주거시설의 화장실 건설 및 개조, 아동 위생 수칙 준수를 위한 홍보 캠페인을 포함하는 프로젝트를 여러 정부 기관과 함께 실행 중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수익성 분석가 역할을 벗어나 매우 초기단계 기획부터 참여했던 첫 프로젝트였습니다. 기본 아이디어부터 시작해서, 지역 주민, 여러 정부 기관과 협의하고 세계은행 내부 논의를 거쳐 가며 세계은행 프로젝트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자세히 배웠던, 기억에 많이 남는 프로젝트입니다.

 

개발협력 업무, 프로젝트를 수행하시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지요?

세계은행의 업무 범위가 워낙 넓고 각 국가의 요청에 따라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여러 다른 주제의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짧은 기간 안에 다양한 주제에 대해 팀 전문가와 대화가 가능할 정도의 지식을 갖추는 데 시간이 많이 들어가고 어려울 수 있습니다. 저의 예를 들면, 2019년에는 지하수와 물탱크를 기반으로 하는 소규모 식수 공급 시스템, dual pit latrine, fecal sludge management, microcredit에 대해 공부했다면, 2020년에는 하천 홍수예방, 뱃길 개발 및 관리에 대해, 그리고 2021년에는 water front development, dredge spoil 및 resettlement관리에 대해 배우고 있습니다. 기존 자료를 많이 읽고, 질문하는 것을 두려워 하지 않으며, 언제든지, 누구에게서나 배우고자 하는 열린 자세가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가장 보람을 느낀 적은 언제인가요?

방글라데시의 Rural WASH for Human Capital Development Project의 파일럿 사업을 진행한 시골 마을에 답사를 가서 갓난아기를 둔 젊은 엄마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에게 아기의 대소변 처리를 어떻게 하고 있으며 그렇게 하는 것이 왜 중요한 지를 물어보았는데, 파일럿 사업을 통해 교육 받은 내용을 웃으면서 술술 얘기하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집안에 새로 설치된 수도물이 여성과 엄마로써의 그들의 생활을 얼마나 편하게 해주었는지를 들으면서 보람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국제개발협력 사업이 효과적,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 선행되어야 하거나, 수행단계에서 반드시 필요한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첫째,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프로젝트가 상수도 시스템만 만들어 놓는다면 당장은 운영될 수 있지만, 이후 고장이 났을 때 대책이 없다던가, 아니면 시스템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전기세를 낼 돈이 없어 중단된다면 그 프로젝트는 제대로 디자인 되었다고 볼 수 없죠. 프로젝트 스폰서가 떠나더라도 그 지역 정부 및 주민 단체 등을 통해 프로젝트를 지속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처음부터 구축하고, 그에 필요한 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번째는 홍보캠페인입니다. 아무리 화장실을 많이 지어놓더라도, 세면대에 비누가 구비되어있지 않다던가, 사람들이 어떤 특정한 이유로 사용을 꺼린다던가 한다면 그 사업은 사실상 실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화장실을 짓는 것만 생각하고, 화장실이 생기면 당연히 이를 잘 사용할 것이라는 가정만 했지, 현지의 관습적 혹은 문화적인 요소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지요.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화장실 사용이 마을 주민의 건강을 지키고 지역의 환경 오염을 막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수시로 비누로 손을 씻는 것이 가족 모두의 건강을 위한 기본적인 생활 습관이라는 점 등의 관련 홍보 캠페인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어떠한 인프라 사업이든 생성된 자산을 잘 이용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홍보캠페인이 매우 중요합니다.

 

국제보건 이슈 중 특히 주목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 주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첫째, 기후 변화로 인해 기존의 국제보건 문제가 더 심각해질 우려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집중 호우가 더 잦아져서 오염된 하천이 더 자주 범람하게 되면 지역 주민, 특히 강이 범람하는 지역에 많이 사는 빈민층의 고통이 증가합니다. 기후변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지하수 염도가 증가해, 지하수에 의존하던 식수를 구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로 인해 건강에 위협을 받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두번째는 아무래도 코로나19와 관련이 있습니다. 보통 언론에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들의 사망률과 후유증 등이 집중 보도되고 있는데요, 코로나19로 인해 부수적으로 생긴 식수공급 및 위생 관련 문제들도 매우 심각한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코로나19 감염이 두려워 병원을 제때 방문하지 않아 설사 등의 치료할 수 있는 질환으로 사망하는 어린이들이 증가했다는 연구가 있는데, 지난 10년, 20년 간의 개발 성과가 무너지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개발협력 및 국제보건에 관심을 갖고 있는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세 가지 말씀드릴게요. 첫째, 커리어를 길게 보시길 바랍니다. 물론 원하는 직장, 직무로 사회생활 첫 발을 내딛을 수도 있지만, 그런 경우가 실제로 많지는 않습니다. 주어진 상황과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다 보면 20대, 30대 뿐만이 아니라 40대, 50대에 더 좋은 기회가 찾아올 수 있습니다.

둘째, 원어민이 아닌 이상 영어는 누구에게나 끝없는 숙제입니다. 말하기는 문법이나 발음을 완벽히 하려는 생각 보다, 자기 의견을 조리있게 표현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대신 글쓰기에 있어서는 최대한 실수가 없도록 노력을 해야 합니다.

셋째, 개발협력 혹은 국제보건과 관련된 직종에 지원하여 인터뷰를 보게 된다면 해당 기관의 웹사이트를 적극 활용하여 준비하시면 좋습니다. 많은 정보가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인터뷰 보는 팀에서 진행 중인, 혹은 준비 중인 프로젝트 및 그 팀과 관련된 핫 이슈 등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질문들은 면접에서 후보자의 기본적인 성실함과 관심도를 가늠하는 데 많이 쓰입니다.

 

좋은 말씀 대단히 감사합니다! 

목록

수정요청

현재 페이지에 대한 의견이나 수정요청을 관리자에게 보내실 수 있습니다.
아래의 빈 칸에 내용을 간단히 작성해주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