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NATIONAL UNIVERSITY
검색창 닫기

국제보건/국제개발협력 분야 종사자 인터뷰

윤창교 기술자문관 (WHO 남태평양사무소)
  • 작성자국제보건연구센터
  • 날짜2017-10-17 10:42:53
  • 조회수2245

[윤창교 기술자문관]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자세하게 말씀해주셔도 좋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WHO 남태평양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윤창교라고 합니다. 보건대학원은 2011년도 졸업하고, 그 이후에는 12년 2월에 보건대학원 예방의학 수련 과정을 마치고 3년간 군복무를 한 후에 이 사무소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항상 저를 지지해주는 아내와 두 딸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학부 시절엔 어떤 공부를 하셨나요? 국제보건 쪽으로 진로를 정한 계기가 있으신지요?

학부는 의학을 전공하였습니다. 학부 시절에는 국제보건이라는 것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만, 학교에서 참여한 노숙인과 외국인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진료봉사동아리를 하면서 삶의 조건들이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장면들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에 대해 더 깊게 생각하게 되고, 이러한 문제의식을 국제보건이라는 좀 더 넓은 틀에서 고민하고 적용해보고 싶어서 졸업 이후에 예방의학 수련과정을 선택하였고, 그동안 지역사회에서의 보건사업 시행이나 국제보건사업에 대한 실무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관심사가 점점 거시적으로 변하셨네요. 그런데 보건대학원을 선택하시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저의 경우에 예방의학 전공의 과정을 먼저 시작하였고, 석사 과정이 수련 과정 중 하나로 권장되기 때문에 예방의학 수련 과정을 시작한 후에 보건대학원 석사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은 보건대학원으로서의 학제가 국내에서 제일 잘 갖춰져있고,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합니다. 그래서 보건대학원에서 수학하게 되면, 교수님, 선배님들로부터 좋은 사례를 배우고, 보건학이 우리나라 역사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대학원에서 공부하면서 이러한 기대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보건학은 개인의 신체, 정신의 치료방법을 배웠던 저에게 건강이라는 삶의 가장 중요한 가치로 사회를 볼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그러면 자기소개는 여기까지로 하고, 재직중이신 WHO 사무소에 대한 말씀을 나눠보겠습니다. 현재 재직 중인 WHO 사무소에 대한 소개를 간략히 부탁드립니다.

사무소에 대한 소개는 지도를 먼저 보여드리는 것이 쉽겠습니다. 남태평양에 있는 WHO 사무소들은 대개 호주에서 동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이 중 남태평양 대표부는 피지에 위치하기 때문에 흔히 피지 사무소라고도 불리지만, 조직 체계에서 파푸아뉴기니를 제외한 3개의 2개의 대표부, 솔로몬, 사모아, 와 4개의 연락관, 마이크로네시아, 바누아투, 키리바스, 통가에 기술지원을 하기 때문에 국가사무소인 동시에 태평양기술지원부라는 이름으로 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지역사무소의 6개 부(division) 중 하나입니다. 사무소의 구성은 1명의 WHO대표와 3개의 팀, 감염병 및 기후변화 담당, 만성질환 및 전 생애 건강 (NCD and health through the life course), 그리고 제가 일하는 의료체계 및 정책팀으로 되어 있습니다. 각각의 팀은 팀장, 전문직원 및 행정직원들로 구성이 됩니다.

이렇게 지도까지 직접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면 WHO에는 어떤 계기로 입사하게 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예방의학을 전공하기로 선택했을 때 국제보건 쪽에서 일을 하기로 목표했기 때문에, 전공의 중에도 국제보건 및 지역보건과 관련된 프로젝트에 참여하였습니다. 대학원 시절에 코이카의 네팔 지역의료보험사업과 질병관리본부의 지역사회건강조사 사업에 참여하였는데, 실무 수준에서의 사업 운영 경험이나 현장에서 조사, 사업 진행의 감각을 익히는데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군복무 중에는 국제보건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일을 하기는 어려웠지만, 보건장교로 일을 하면서 군에서의 감염병 대응을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보건안보, health security, 차원에서 국가간 감염병 정보 공유와 대응 전략에 대한 논의에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보건안보는 외교적으로 보건학적으로나 지속적으로 중요한 의제로 다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지역보건 수준의 논의를 벗어난 좀 더 큰 논의들을 목격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전역 이후에 제가 대학원에서 했던 프로젝트 경험과 연구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사무소에서 지역보건사업 및 의료서비스전달체계와 관련된 자문관 업무가 나와 지원을 할 수 있었습니다. 1년 가량 자문관으로 일을 한 뒤에는 태평양 국가들에서 익힌 경험으로 P3 직위에 지 원하여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습니다.

지금 맡고 계시는 업무는 어떤 것인지요?

지금 직함으로는 technical officer, health service delivery 로 되어 있고, 남태평양사무소의 의료체계부서에서 서비스전달체계 분야가 주 업무영역입니다. 주요 업무로는 태평양 도서국가의 상황에 맞춘 통합적 서비스 전달체계(integrated people-centred health service delivery) 의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그러한 대안들이 실행될 수 있도록 국가 정부를 돕고, 일차보건의료체계 강화 사업에 대한 기술 지원 및 보건사업의 영향력이 극대화될 수 있도록 다른 부서(만성질환, 감염성질환, 환경보건)와의 업무 협력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주로 피지와 키리바스의 현장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그 외의 의료체계 업무인 보건부연례보고서 발간 지원, 국가보건계정 업무 지원, ‘건강한 섬(Healthy Islands)’ 및 ‘지속발전목표(SDGs)’ 지표 관리 업무 등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주: 건강한 섬 (the vision of Healthy Islands)는 1995년에 태평양 보건부 장관 회의에서 제시된 개념으로 태평양도서국가의 국민들이 건강한 삶을 살고 삶을 유지하는 바다도 안전하고 깨끗하게 보호하자는 목표가 제시되었다.)

그런데 ‘technical officer’ 이라는 직함을 갖고 계시던데, 이 직함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요?

WHO를 포함한 UN체계에서는 크게 관리자(D레벨), 전문직원(P레벨, technical officer 또는 medical officer), 행정직원(G레벨)으로 구분을 합니다. Technical officer는 전문직원을 의미하며, 업무를 위해 직원이 의료인이어야 하는 직위의 경우 medical officer 등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큰 차이는 없습니다.

이번엔 근무하고 계신 남태평양 사무소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첫 번째 질문입니다. 남태평양 국가들의 주요 보건 현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남태평양 도서국가들의 주요 보건 현안이라고 한다면, 기후변화 대응, 만성질환의 유행, 비지속적인 국가 보건 재정, 부족한 보건의료인력, 섬들간 물리적인 거리로 인한 의료전달체계의 단절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 중 상당 부분은 다른 많은 개발도상국들에서도 흔히 발견되는 것들이지만, 기후변화, 만성질환 유행, 분절적인 의료전달체계는 이들 도서국가에서 두드러집니다. 사무소가 담당하고 있는 모든 나라들이 바다로 둘러싸이고, 저지대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아래의 사진은 키리바시라는 태평양 중앙에 위치한 인구 10만명 정도의 작은 해양국가에서 찍은 사진인데, 매년 해수면 상승이 육안으로 확연하게 관찰될 정도입니다. 전세계적으로 볼 때, 많은 선진국과 대륙에 있는 개발도상국들이 기후변화를 유발한 반면 이들 해양국가들은 국민 생명과 국가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어서 시급한 조치가 필요합니다. 다행히 작년 말에 미국과 중국이 참여한 파리기후변화협약이 발효되어서 기후변화를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전환점이 마련되었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더 잦은 태풍, 식수 부족, 모기 등 매개체 증가 등으로 건강에 위협을 받는 개발도상국 국민들에게 위협을 감소시킬 수 있는 더 많은 국제적 지원이 절실합니다.

기후변화가 실질적인 생명의 위협으로 다가오는 경우군요. 조만간 섬이 없어지지는 않을지 걱정이 됩니다. 그렇다면 이들 국가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기후변화의 결과로 인한 질병을 갖고 있는 것인가요?

태평양국가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체질량 지수, 당뇨병 유병률이 세계적으로 가장 높습니다. 작년에 란셋에 게재되었던 연구들에 따르면, 태평양국가들 중에서 폴리네시아, 마이크로네시아는 2014년 현재 평균 체질량 지수가 남자는 29, 여자는 32에 달하며, 당뇨병 유병률은 남녀 모두에서 20% 이상이었습니다. 전세계 평균은 남자는 9%, 여자는 7.9% 라는 점을 참고할 때, 2배 이상의 유병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유행의 배경에는 다양한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고열량의 식사, 가공식품 위주, 탄산음료 과다 소비, 부족한 신체활동 등이 원인으로 제시가 됩니다. 이러한 만성질환의 유행은 치료비용의 급증, 당뇨족, 당뇨성 망막질환 등 다양한 합병증의 증가로 인해 국가보건재정에도 큰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태평양국가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유난히 단 것을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 이 사람들은 어떤 치료를 받게 됩니까? 의료체계는 제대로 갖춰져 있나요?

하나의 국가가 다수의 섬으로 구성된 태평양에서는 의료체계도 물리적으로 분절된 모습을 보이게 되는데, 이러한 형태는 대륙국가들에서 비교적 쉽고, 저렴하게 해결할 수 있는 환자이송체계나 의료전달체계를 더욱 비싸게 만듭니다. 때문에 일차의료가 더욱 포괄적인 진료와 공중보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지만, 충분히 경험을 갖춘 의료진을 배치하는 것은 또다른 문제점으로 나타납니다. 또한, 암치료, 고난이도의 수술 등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의료진을 훈련시키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고, 이러한 의료진을 배치하더라도 비용이 너무 비싸 오랫동안 배치하기 어렵거나 훈련을 시켜놓더라도 일할 기회가 더 많은 주변 선진국, 호주, 뉴질랜드로 떠나는 경우도 흔히 보게 됩니다.

선생님께서는 그러면 이런 여건 속에서, 어떤 일을 수행하고 계신지요?

이외에도 어렵고 다양한 문제점들이 산적해 있지만, 저의 경우에는 앞서 제시된 ‘건강한 섬’ 계획에 따라 키리바스의 한 마을에서 안전한 식수 공급, 보건의료체계 강화, 만성질환 강화를 목표로 포괄적인 보건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 사업에서 나온 결과물들이 다른 지역사회 또는 지역사회로 적용될 수 있도록 근거를 생성하고 사업내용을 기술하여 지역사회 차원에서 주민들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보건문제에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탐색하고 있습니다.

혹시 보건대학원에서 수학하셨던 이론 중에 현장에서 적용해본 것들이 있나요?

보건사업을 수행하거나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보건 관련 업무들을 들여다볼 때, 종종 자료 분석 능력이 중요하게 쓰일 때가 있는데, 이 때는 보건학 개론, 역학, 통계학에서 배운 내용들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양한 지표들이 난무하는 보고서에서중요한 지표를 읽어내고 필요에 따라서는 원자료를 확인하여 다시 분석을 해서 사업 내용을 검토하는 과정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에, 논문 작성을 통해서 자료를 분석하고 읽어낼 줄 아는 경험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보건대학원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세미나, 논의되는 의제들은 현장에서도 공통된 것들이 많았기 때문에 사업의 맥락을 기구 내에서 또는 전세계적으로 논의되는 의제와 잇는 것도 더 익숙할 수 있었습니다.

남태평양 사무소에서 근무하시면서 여러 가지 애로 사항을 겪어보셨을 것 같습니다. 업무 수행 시 가장 어려웠던 일을 두 가지만 꼽아 주신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업무를 수행하면서 일어나는 다양한 내용들을 외국어로 수행해야 한다는 점이 쉽지 않았고, 이러한 점은 현장에서 저와 소통을 하는 마을주민들에서도 그렇게 보였습니다.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한 보건사업의 어려운 점이라고 한다면, 때로는 정보전달의 수준을 넘어 건강행동을 교정할 수 있는 관계가 만들어져야 하는데, 이 때는 문화적인 또는 감정적인 요소가 대화에 포함이 됩니다. 따라서 사업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나라에 대해 문화적인 이해가 부족하다면, 사업 수행의 활동들의 영향력이 최대화되기가 어렵습니다. 이를 위해 마을 주민들과 사업의 범위를 넘어서 다양한 이야기를 해보고, 그들의 이야기나 문화적인 관습을 이해할 수 있도록 어느 정도의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가장 보람있었던 일을 두 가지 꼽아 주신다면요?

아직 근무기간이 짧아서 두 가지까지는 어려울 것 같고, 한 가지만 말씀드리면 키리바스의 경우 국가 규모가 작고, 아주 작은 섬이다 보니 외국인들이 드문 편입니다. 때문에 한국인이 가게 되면 상당히 시선을 끌게 되는데, 키리바스의 현장에 자주 가기 때문에 마을 주민들과도 상당히 친밀해졌습니다. 때문에 결혼 행사라던지 마을 행사가 있으면 종종 초대도 받게 되고요. 타국에서 업무 외적으로 다수의 누군가와 짧은 시간에 친밀해지고, 중요한 행사에도 초대를 받게된다는 것은 참 즐거운 일입니다.

남태평양 사무소만의 근무 특징이 있습니까?

제가 근무하는 사무소의 경우 현장근무가 다른 국가사무소와 좀 다른데, 사무소가 담당하는 국가 또는 영토가 21개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현장근무로 다른 국가에 출장을 가야하는 것이 특징인데, 태평양이크게는 마이크로네시아, 폴리네시아, 멜라네시아로 구분되어 문화적으로나 민족적으로 상당히 다양한 구성을 이룹니다. 때문에 어느 정도의 문화적인 배경을 이해해야 업무를 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아까 보내주신 지도에 보니 사무소별로 파견된 직원이 1~2명 뿐인 것으로 나와있네요. 그러면 가족과 함께 지내기에도 여건이 그리 좋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피지는 가족이 함께 사는데 큰 문제가 없는 지역입니다. 외국인들을 위한 국제학교도 있고, 한인단체도 설립이 되어 있을 정도로 한국인들이 적지 않고요. 아무래도 의료서비스의 이용이 쉽지는 않지만, 그만큼 WHO가 해야할 일이 많다고 해야겠죠? 아내는 초등학교 교사인데, 같이 지내기 위해 곧 휴직할 예정입니다. 이쪽에서 일을 하면서 누군가의 희생이나 또는 가족이 함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는 것은 어려운 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에는 WHO 근무의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WHO 안에서 국제보건 전공자가 근무할 만한 섹터는 어떤 것이 있는지, 근무체계는 어떠하며, 순환근무를 하게 되는지 등 WHO 근무의 전반에 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WHO 조직이 전적으로 국제보건을 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별도로 근무할 만한 영역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WHO가 제시하는 의제들이 상당히 포괄적이고, 장기간에 걸쳐서 이뤄지는 일들이라, 모든 사람들이 서로 다르지만 각기 자기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 때문에 국제보건이라고 해서 어느 부서를 특정하는 것은 어렵고, 그 전에 어떤 일을 했었는지, 어떤 일에 관심이 많고 무엇을 위해 훈련받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국제보건을 전공하는 학생들이라면 WHO 근무를 한 번쯤 고려해봤을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국제기구가 국제보건 종사자들의 커리어 지향점이 되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는데, 이에 대한 선생님의 의견은 어떠신지요?

저도 국제보건이라는 것에 대해 배워가고 있고, 이 조직에서 일을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다른 사람의 커리어에 대해 무언가 이야기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오늘날은 WHO가 생긴 이후로 어느 때보다 국제보건이라는 틀 속에서 활동을 하는 개인 또는 단체가 다양해졌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전 세계의 건강을 향상시키겠다는 숭고한 목적이 국제보건의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한다면 셀 수 없을 정도의 다양한 이슈들이 존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이론적 틀, 방법 또한 대단히 다양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국제기구도 이를 추구하기 위한 하나의 방식 내지는 플랫폼이고, 개인의 선택, 지향점에 따라 다양한 길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UN 소속 기구이기 때문에 국제 평화를 위해, 회원국들을 위해 일하게 됩니다. 국제 공무원이라는 특성을 가지기 때문에 사업의 접근이나 내용이 대체로 정부, 보건부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게 됩니다. 이러한 부분은 국경없는 의사회와 같은 NGO와 비교를 하면 확연하게 사업의 내용이나 방식이 차이가 나게 됩니다. 커리어의 지향점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의견은 아마도 한가지 방식이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국제보건에서 이야기되는 가치들이 구현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WHO 이외에 국제보건 전공자가 종사할 수 있는 국제기구나 NGO를 추천해 주신다면 어떤 곳이 있을까요?

업무를 하다보면 UNICEF, UNFPA와 종종 업무를 같이하게 됩니다. 실제로 SDG의 보건 관련 목표 3에는 모자보건, 생식보건에 관련된 지표들이 포함되어 있고, 이를 위해서는 UNICEF, UNFPA와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아마도 이들이 WHO외에 국제보건 전공자가 관심 있을만한 국제기구에는 포함이 될 것 같습니다. 국제기구는 아니지만, 여러 정부 기관들이 국제보건을 지원하고 있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는 코이카가 있지만, 질병관리본부도 다양한 형태로 국제보건을 지원하고 있고, WHO executive board에 참가하기도 합니다.

국제사회의 보건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기구는 어떤 역할을 해야할까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는 것이 가능한가요?

WHO는 UN 소속 국제기구의 하나로 보건문제 해결에 있어 의제와 주요 가치를 제시하고, 정부기관, 민간NGO등 다양한 영역의 행위자들을 모아 여러 형태의 노력이 최대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조정, 협력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는 것이 가능하냐는 물음보다는, 현장에서의 보건문제의 해결은 언제나 구체적이고 실질적이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이는 새천년개발계획, 지속개발계획의 시대에서는 모든 목표는 구체적이고 산출 가능한 것이어야 하고, 국가, 지역에서 시행되는 프로그램 또한 이러한 지표들의 향상에 도움이 되고, 근거가 잘 확립된 정책, 내용들이어야 합니다. 따라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성과 라는 것은 가능성의 영역이 아니라 우리가 따라야 하는 가치입니다.

정말 옳으신 말씀입니다. 그곳에서 근무하면 모두 선생님 같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인가요? 갑자기 한번 근무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연구인력에 대한 수요가 많은 편인지요?

기관 내에서 연구를 별도로 진행하는 것은 아니고, 업무를 하다보면 연구 주제에 부합하는 것들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조사들이나 사업 성과에 대한 분석을 할 때가 그런 경우가 있는데, WHO 직원들의 거의 대부분은 의료인이거나 석사, 박사의 학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본인들의 관심이 있는 영역에 있어서는 공식 보고서를 내는 것 이외에 학술지에 기고하는 등으로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WHO는 지역사무소에서 순환근무를 시키는 것으로 압니다. 그런 경험이 궁극적으로는 WHO내부에서 어떻게 활용되나요?

순환근무는 국가사무소 간 또는 국가사무소에서 지역사무소로 옮기는 등으로 이루어지는데, 계약이 연속 계약(continuous contract)인 드문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은 일정 기간 계약(fixed term contract)입니다. 따라서 일반적인 국가 공무원들처럼 3~4년 간의 순환근무가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계약의 연장 또는 연장 불가능에 따라 비슷한 업무를 할 수 있는 국가사무소 또는 지역사무소의 다른 자리로 옮기는 형태로 이루어지게 됩니다.

근무하시면서 아쉬웠던 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현재 업무 영역은 의료서비스 전달체계와 관련된 부분인데, 실제로 그간 논문들은 서비스 전달체계와 관련된 글은 많이 써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사무소가 담당하는 국가들의 다양한 서비스 전달체계에 대한 글을 써보고, 우리나라의 서비스 전달체계를 향상시켜야 한다는 논의가 시작된 것이 꽤 오래되었는데, 보다 다양한 국가 사례를 참고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연구주제에 관한 질문을 드려보려고 합니다. 석사(보건대학원) 시절 관심을 가졌던 연구 주제는 어떤 것이 있었을까요?

보건대학원 석사 논문은 노숙인들의 건강 및 의료이용에 대해서 썼었습니다. 대학생 시절 노숙인 진료소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던 터라 소수자 건강에 대해 연구를 좀 더 진행을 했었습니다.

현업에 종사하시기 전에는 알 수 없었던 보건학적 주제가 있었습니까?

오히려 수업을 못 들었으나 현업에 와서 부딪혔던 것을 말씀드리면, 감염병 역학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예방의학을 전공한 의사이기 때문에 더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대학원을 졸업하고 나와서는 감염병 역학, 예방접종 등에 대해 현장에서 부딪히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되돌아 보면 제가 보건대학원을 다니던 당시에는 감염병 역학 수업이 없었습니다. 지금은 다행히 개설되었다고 들었으나, 보건대학원 학생이라면 감염병 역학의 개론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여쭙겠습니다. Intrahealth에서는 기후변화와 건강, 난민건강, 메르스 생존자의 면역력 연구 등 매해 국제보건학계가 주목해야 할 이슈를 선정해 발표합니다.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최근, 혹은 향후 몇 년간 가장 중요한 국제보건 (연구)이슈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아무래도 기후변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2017년 현재에는 작년과 다르게 기후변화와 관련된 과학적 근거들에 대한 반격들도 있지만, 기후변화는 단지 몇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가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결국은 ‘지구적 건강(planetary health)’ 라는 고민으로 연결되게 됩니다. 다양한 형태, 수준의 노력으로 인간의 건강은 좋아지고 있지만, 점차 지구가 땅 위, 물 속의 생명체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은 줄어들고 있다는 근거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지구에 대한 도전은 다시 되돌아와서 인간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지구적 건강이라는 시각에서 기후변화, 환경파괴 등이 보건학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민감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으로 인터뷰를 마치겠습니다.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목록

수정요청

현재 페이지에 대한 의견이나 수정요청을 관리자에게 보내실 수 있습니다.
아래의 빈 칸에 내용을 간단히 작성해주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