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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보건/국제개발협력 분야 종사자 인터뷰

장효범 보건의료체계담당자 (WHO 사모아 국가사무소)
  • 작성자국제보건연구센터
  • 날짜2017-10-17 09:54:22
  • 조회수3943

[장효범 보건의료체계담당자]

이번에는 WHO에서 근무하시는 장효범 선생님을 모시고 인터뷰를 진행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먼저 간단히 소개 부탁드려도 될까요?.

안녕하세요. 장효범이라고 합니다. 국제보건에 관심이 많아 의과대학을 졸업 후 임상의사가 아닌 공중보건 진로를 택해 현재 WHO 사모아 국가사무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의예과를 졸업하셨더라구요. 그런데 임상분야가 아닌, 국제보건 쪽으로 진로를 정한 계기가 있으신지요?

의대 입학 전부터 환자 진료보다 사회에 기여하는데 관심이 많았습니다. 의대생활하면서 보건정책을 생각중이던 2005년, 지금은 돌아가신 故이종욱 WHO 사무총장님의 강연을 듣고 본격적으로 국제보건쪽으로 관심을 갖고 진로를 정하게 되었습니다.

보건학 석사 공부를 시작하시게 된 것도 같은 이유인가요?

국제보건에 관심을 갖고 WHO 인턴십을 했는데 당시 만난 멘토 선생님(현재 WHO 피지 사무소에 계신 김록호 선생님)께서 공중보건 진로를 위해서는 보건대학원 수학이 필요하다고 권해 주셔서, 공중보건의사 기간 동안 준비해 보건학 석사를 받게 되었습니다.

현재 재직 중인 WHO 사무소에는 어떤 계기로 입사하게 되셨나요?

현재 저는 WHO 서태평양지역 Health Leadership Development Initiative (HLDI)라는 2년 fellowship 중입니다. JPO 등과 유사하게 junior 단계의 보건전문가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석사를 마친 후 국제보건 직업을 찾던 중 2015년 초 이 프로그램에 지원해 선발되어 처음에는 마닐라 소재의 지역사무처에서 일했고 2015년 10월부터 사모아 국가사무소에 파견되었습니다.

국제보건을 전공자에 대한 수요가 국제기구에서 꽤 있나봅니다.

WHO뿐만 아니라 다른 국제기구, NGO에서 ‘국제보건’ 전공이 하나의 전문분야로 인식되지는 않습니다. 저 또한 국제보건 세부전공으로 MPH를 한 뒤 직업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되도록 보건학의 전통적인 한 분야 - 역학/통계, 감염병, NCD, 모자보건, health system/policy/economics, 환경보건 - 등에서 일정한 수련과 경험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상당히 중요한 말씀을 해주신 것 같은데 유념해둘 필요가 있을 것 같네요. 그런데 쉽지 않은 곳에서 근무하시는 것 같습니다. 사모아에서는 어떤 업무를 맡고 계신가요?

지역사무처에서는 보건의료체계국(Division of Health Systems) 소속으로 보편적 건강보장(universal health coverage)에 대해 폭넓게 일하고 공부했습니다. 마침 한국의 메르스 사태가 터져 잠시 liaison officer로 한국과의 커뮤니케이션 및 자료 번역, 정보 입수 등의 역할도 했습니다. 현재 있는 사모아 국가사무소에서는 만성질환과 보건의료체계가 주업무입니다. NCD burden 경감을 위해 PEN Fa’a Samoa라는 지역사회 기반 프로그램을 정부와 같이 운영하고 있고, health system으로는 health information, service delivery, health financing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정부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현재 사모아에서 가장 중요한 보건 현안은 무엇인가요?

현재 일하고 있는 사모아의 당면 보건 현안은 뭐라해도 비감염성 질환(Noncommunicable diseases, NCD)입니다. 태평양 국가들 상당수가 비만과 만성질환 부담이 급격히 증가해 큰 문제로 인식하고 있고 이에 WHO에서도 우선순위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현재 주 사업인 PEN Fa’a Samoa는 WPRO 신영수 사무처장님과 사모아 보건부장관이 합의해 출범된 사업입니다. 저는 프로그램의 기획, 실행, 평가 전 단계에 대해 기술적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업무를 수행하실 때, 대학원에서 배웠던 지식이 어떤 도움이 되나요?

보건대학원에서 health system에 대해 주로 공부했었습니다. 그 때 배웠던 거버넌스(governance), 정치경제학(political economy) 등의 거시적인 관점이 직접적으로 업무에 기여하진 못합니다. 보건제도 개혁도 제가 공부했던 맥락과 이곳의 상황이 다르고요. NCD도 직접적으로 보건대학원에서 공부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역학, 통계, health system 등에 대해 폭넓게 공부했던 경험과 무엇보다 인구집단건강(population health)을 바라보는 관점을 익혔던 것이 실제 보건정책 및 사업 업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현장근무에 관해 여쭤보고 싶습니다. 보건학을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한번 쯤 현장근무를 생각해봤을 텐데요. 여러 가지 현실적인 제약에 대해 보다 정확한 정보를 얻을수록 좋을 것 같습니다. 장효범 선생님께서 근무하시는 사모아의 경우, 근무지 특성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겠습니까? 가족과 함께 살기에는 괜찮은가요?

국제보건 진로를 생각하는 사람은 꼭 개발도상국 현장을 경험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만 해도 한국 내에서 오랫동안 국제보건에 관심을 가지고 나름 공부도 했지만 현장의 문제에서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가족과 함께 나가서 산다면 정서적으로 가장 좋지만 가족의 동의 및 생활의 안정이 필요합니다. 이곳 사모아는 작은 섬나라라서 물자가 풍부하지 못하고 생활비가 생각보다 드는 것이 문제지만 치안은 괜찮습니다. 교육 및 의료는 제한적이라 앞으로 고민이 많습니다. 이곳에서 제 배우자가 직업을 가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할 수 있어 가족 내 양성평등의 실현이란 측면에서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겪어야 하는 많은 스트레스가 없이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나름 즐겁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얼마나 오랫동안 근무하시게 되는 것인가요? 상근 정규직인지, 아니면 순환근무인지도 궁금하네요.

WHO는 다른 UN 기구와 마찬가지로 계약을 연장해가는 방식입니다. 순환근무는 고위직이 아닌 이상 흔치 않은 일입니다.

일장일단이 있군요. 그리고 저희가 현장근무를 하시는 분들게 공통적으로 여쭙는 질문인데요, 현장근무를 하시면서 느끼시는 어려움의 종류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WHO가 정부에 도움을 주는 역할이라지만 어디까지나 외부인으로서 보조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같이 사업을 운영한다지만 영향력이 제한적입니다. 물론 해당국가의 주권도 존중해야지요. 다른 하나는 정부 관료들과는 영어로 의사소통이 되는데 마을 방문해 주민들과 대화 시 현지어가 안 되어 소통이 제한적일 때 어려움을 느낍니다.

그렇다면 반대로 가장 보람있었던 일 두 가지를 말씀해 주신다면요?

국가사무소의 규모가 작아 원래는 보건체계(health system)를 담당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제가 합류한 이후 원조국들과 저희 지역사무처와 함께 본격적으로 1차의료 강화(primary health care strengthening)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어 보람을 느꼈습니다.

아마 국제보건을 전공하는 학생들이라면 WHO 근무를 한 번쯤 고려해봤을 것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국제기구가 국제보건 종사자들의 커리어 지향점이 되어선 안 된다는 의견도 있는데, 이에 대한 선생님의 의견은 어떠신지요?

저 또한 WHO를 통해 국제보건을 접하게 되어 WHO로 실질적인 국제보건 커리어를 시작한 사람으로서 위 의견에 적극 동의합니다. 국제기구는 국제보건 종사자가 가질 수 있는 직장 중 하나일 뿐이며, 되도록 여러 다양한 커리어를 쌓은 후 늦게 합류할수록 바람직한 것이 사실입니다.

WHO 이외에 국제보건 전공자가 종사할 수 있는 국제기구나 NGO를 추천해 주신다면 어떤 곳이 있을까요?

개인의 선택에 따라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위 질문의 맥락과 같이 어떤 단체에서 일하는 것이 지향점이 아니라 자기 분야를 가지고 일하는 이상 어디서든지 일할 수 있습니다. .

그렇다면 WHO 재직자로서, 국제사회의 보건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기구 역할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는 것이 가능할까요?

국제 문제의 해결에 있어서 UN 시스템이 가진 한계가 그간 많이 지적되어 왔습니다. 국제기구는 세계정부가 아니기 때문에 구속력과 강제력이 없고, 결국 강대국의 이해와 역학관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WHO도 80-90년대부터 국제보건 이슈를 주도하는 역할이 많이 상실되었다고 하고, 현재 상황을 봐도 예산과 영향력 면에서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또 정부와 주로 일하고 지원을 하는 역할이다 보니 실질적, 구체적 성과를 내는 점에서는 NGO와 같이 가시적이지는 못합니다. 그럼에도 국제기구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제개발협력으로 본다면 공여국의 이해관계가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양자간 원조보다는 국제기구를 통하는 다자간 원조가 보다 공정하고 중립적이며 소외 영역이 더 지원받을 수 있다고 봅니다.

WHO는 다른 원조기관, 이를테면 정부나 민간영역과 협업을 잘 하는 편입니까?

국제기구의 역할, 특히 WHO의 역할은 철저히 정부를 지원하는 것이며 기술적 자문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주로 자금을 지원하는 공여국 국가 기관이나 직접 사업수행을 하는 민간 영역과도 역할이 다릅니다. 원조 조정(Aid coordination)이라는 측면에서 해당 국가 내에서 사업이 중복되지 않고 협업이 잘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기는 한데 아직은 원칙이 현실보다 앞섭니다. 오히려 같은 국제기구 간에 협업을 이뤄내는 것 또한 하나의 과제인 것 같습니다.

국제기구 간의 협업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뭐랄까요, 서로 다른 기관 간의 사업의 우선순위가 어느정도 맞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WHO 사모아가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사업은 어떤 것인가요?

기본적으로 국제기구는 해당 국가의 우선순위에 따릅니다. 제가 일하는 사모아의 예를 들면 만성질환과 보건의료체계가 우선순위이고 저희 사무소도 거기에 맞춰 역량을 집중합니다. 모든 분야를 다 포괄하기에는 국가사무소의 인력과 예산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도 지역사무처, 태평양 사무소 등에 상주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가급적 전 분야를 지원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결국은 국제기구도 외부 재정지원에 종속되다 보니 기관 자체 우선순위보다는 예산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우선 분야가 정해지는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WHO는 사업 수행 실무자가 많이 필요한가요? 아니면 연구인력에 대한 수요도 높은 편인가요?

WHO의 정관에 있는 기능 중 하나가 국제보건 분야의 연구를 선도하는 것인데 제가 있는 국가사무소에서 연구의 비중은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저희가 진행하는 만성질환 사업에 정밀한 역학적 방법론이 적용되어 장기적인 데이터가 구축되면 좋을텐데, 기관 내부에서나 아니면 외부 파트너를 찾아 연구를 진행하려는 의지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 본부와 지역사무처 수준에서는 역학자, 경제학자에 대한 수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국제기구 외에도 국제보건 분야에서 주목하고 계신 기관이 있으신지요?

제가 아직 경험이 적어 하나를 꼽긴 어려운 것 같습니다. 다만 한국에서 흔히 생각하는 정부기관, NGO, 국제기구의 틀을 넘어서 다양한 global health initiative등이 존재하며 그들의 폭넓은 역할을 눈여겨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사모아에서 근무하시면서 많은 어려움을 느끼셨을 것 같아요. 그런데 석사 때는 국제보건을 전공하셨는데, 여전히 부족하다고 느끼시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향후 더 보강해야 할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현장 업무를 하다 보니 대학원에서 했던 이론적인 공부보다는 실무적인 역량에 대한 필요를 많이 느낍니다. 역학/통계/경제학적 분석 방법론, project management, 기후변화와 무역 등 세계화 관련 이슈에 대한 지견 습득 등에 갈증을 느낍니다. .

학과목에 대한 말씀을 해주셨으니, 그쪽 질문을 좀 더 드려보도록 할게요. 석사 시절에 관심을 가지셨던 연구주제는 어떤 것들이 있었습니까?

거시적인 관점에서 국제보건 어젠다(일례로 universal health coverage)가 형성되고 확산되는 과정을 정치경제학적으로 분석해보고 싶었습니다. 또한 현재의 일국 혹은 국가 간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보건사업을 뛰어넘어 세계 수준에서의 보편적 건강보장이 이뤄지려면 어떠한 전지구적 메커니즘이 필요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 때 미처 생각해보지도 못한 주제가 있다면 무엇이었을까요?

세부적으로 들어가자면 모르는 이슈는 끝없이 발굴되지만, 제 주 관심 분야인 보건의료체계에서만 한정짓자면 인간중심돌봄(people-centred health care)이라는 개념이 떠오르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보건의료제도의 미래 개혁 방향에도 큰 관련이 있는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최근, 혹은 향후 몇 년간 가장 중요한 국제보건 (연구)이슈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크게 세 가지입니다. 회복보건체계(resilient health system), 기후변화와 건강, 건강불평등입니다.

WHO도 같은 문제를 주목하고 있습니까?

기후변화와 건강의 경우 제가 있는 남태평양 도서국가에서는 생존이 걸린 시급한 문제로 여겨지고 있고 이에 WHO에서도 우선순위를 높여 가고 있습니다. 회복보건체계의 경우 에볼라 이후 WHO에서 들고 나온 개념인데 지카 사태에서는 국제사회의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혹시 후배 보건학도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으신 도서가 있습니까?

폴 파머(Paul Farmer)의 <권력의 병리학>입니다. 폴 파머는 의사이자 의료인류학자, 학계와 NGO, 연구와 실천, 정책과 현장을 오가는 국제보건의 가장 이상적인 인물이지만 책 내용은 불의와 불평등에 대한 분노와 열정으로 가득합니다. 국내에 출간된 국제보건 관련 서적 중에 번역도 가장 충실합니다.

그러면 후배들이 꼭 알고 졸업했으면 좋겠다, 하는 주제는요?

불평등(혹은 equity)에 대한 관점입니다. 국제보건, 국내 보건의료제도, 역학 등도 결국 어떤 사람들이 더 많이 아프게 되는가 하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기본적인 관점을 바탕으로 삼고 그 위에 기술적 방법론을 익혀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하버드 보건대학원에서 수학하셨는데요. 기억에 가장 기억에 수업은 어떤 것이었는지요?

보건경제학의 권위자 William Hsiao 교수의 은퇴 수업을 들었습니다. 미국이라는 보수적, 자유시장적 의료제도를 가진 곳에서도 평생 동안 단일 지불자(single payer)를 주장해온 분인데, 마지막 수업 날 전 수강생들과 졸업생들, 교수들이 모여 single payer를 외치는 순간 노교수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선생님께 국제보건분야에 종사한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이며, 앞으로 어떤 꿈이 있으신지요?

국제보건과 국제개발의 궁극적 목표는 전지구적인 차원에서 불평등과 부정의에 맞서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자신이 현재 발을 딛고 서 있는 곳에서 각자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저항을 하며 세상을 조금씩 바꿔나가는데, 제 경우는 그게 꼭 한국일 필요가 없었고 좀 더 소외된 곳으로 가고 싶었습니다. 앞으로 다양한 경험을 한 뒤에 한국이 국제보건/개발에 더 기여하는 데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국제보건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특별한 길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가 정해지고 의지만 있다면 어떤 길로 가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표준적인 정해진 길보다는 보다 다양한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 모일 수록 좋은 것이 국제보건인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정말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따로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경청하겠습니다.

국제보건, 국제개발을 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필요하면서 어려운 것이 겸손과 존중의 자세이라고 생각합니다. 외국인, 특히 개발도상국에 대한 경험과 감수성이 부족한 한국 사람들이 타지에 나가 특유의 갑질을 보이는 것은 그렇다 쳐도, 자국 내에서는 인권과 다양성을 말하는 이른바 선진국 사람들도 개발도상국에 와서는 차별과 우월의 시선을 내비치는 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걸 봅니다. 나의 존재가 이곳에 정말 도움이 되는가 하는 것도 늘 스스로에게 질문합니다. 변화가 빨리 일어나지 않아 조급해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는 여기서 외국인일 뿐이고, 선진국 출신의 의사이며 전문가라지만 아직 경험이 일천한 젊은이에 불과한데 내가 바라는 대로 변화가 일어나줄 리가 없습니다. 내가 학교에서 배운 지식도 여기서 바로 적용되는 것이 아니고, 더 중요한 것은 외국인으로서 겸허한 자세로 현지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라는 걸 느낍니다. 그런 면에서 한국식 짧은 봉사활동 혹은 출장보다, 한 곳에 길게 살거나 오가면서 장기간 사업을 진행하는 곳을 가져 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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