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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보건/국제개발협력 분야 종사자 인터뷰

탁상우 (서울대학교 연구부교수)
  • 작성자김세영
  • 날짜2020-04-22 22:11:20
  • 조회수139

[탁상우 연구부교수(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현재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보건환경연구소에서 연구부교수로 일하고 있는 탁상우입니다.

현재 맡고 계신 업무나 활동 소개 부탁드립니다.

먼저 범부처 감염병 공중보건 위기대응과 대비를 위한 일종의 생물감시체계를 만드는 기반연구를 하고 있어요. 꼭 감염병만 아니라 공중보건 위기라는 틀에서 부처간 어떻게 협력하고 정보공유를 해야 하는지 기초적 연구를 수행하는 거죠. 그 외에 코로나와 같은 감염병에 인한 공중보건 위기가 왔을 때 어떻게 의료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배분하고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시뮬레이션 연구를 하고 있어요. 두 가지가 큰 맥락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선생님께서는 어떤 계기로 국제보건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두 가지 계기가 있었는데요. 제가 2005년도에 미국 CDC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에 역학조사관으로 있으면서 허리케인 카트리나 발생했고 위기대응 업무를 하러 두 번 파견이 되었어요. 처음 갔을 때는 다른 역학조사관이랑 같이 기본적이 허드렛일을 했는데, 두 번째 파견에서는 좀 더 분석적인 역학연구를 하기 위해 갔어요. 당시에 경찰관과 소방관들의 정신보건 문제와 상기도 감염증상에 대한 역학조사하러 갔었는데 그때부터 공중보건 위기대응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어요. 그런 위기상황 재난 상황에 가면 ‘어떻게 이런 상황에서 살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파괴가 되어 있잖아요? 그런데 실제로 현장에 가보면 금방 사람들이 적응하면서 삶을 영위하며 살더라구요. 분명히 누군가가 조금만 지원을 하고, 기여를 하면 원래대로 혹은 비슷한 수준으로 돌아가는데 어려움이 없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공중보건위기대응이 갖는 보람이 되게 크다고 생각했어요.

또 다른 계기는 2009년 아이티 지지진이 일어났을 때인데요. 당시에 미국 CDC가 많은 사람들을 파견했어요. 저도 가겠다고 자원을 했는데 저는 갈 수가 없었어요. 자국민을 보내야 대사관을 통해서 보호가 되는데 저는 CDC직원이긴 하지만 미국 시민이 아닌 외국인이라 외국에서는 보호가 되지 않아서죠. 그때부터 공중보건 위기나 재난상황은 미국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일어나는데 그런 일을 찾아서 자원하고 참여하는데 제한 된다는 걸 느꼈어요. 그리고 나서 2010년에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로가 파괴되고 국제적인 공조가 필요했던 상황인데 일본이 굉장히 소극적으로 대응했어요. 그러면서 국제보건에 눈을 뜨게 되었죠. 국제보건이라는 건 우리가 알고 있는 감염병이나 모자보건 이런 쪽만이 아니고 그 재난과 공중보건 위기라는 틀에서 국제보건을 바라보게 되었고. 그리고 국제보건을 하기 위해서는 결국 CDC를 나오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국제보건 관련 업무 또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기억에 남는거는 파라과이에 ‘산빠블로(San Pablo)’ 라는 병원이요. 거기는 코이카가 지어줬어요. 원래 큰 보건소가 있었고. 보건소를 사람도 안 사는 곳에 지었던 거죠. 원래는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요. 왜냐면 파라과이는 기본적으로 무상의료기 때문에 사람들이 잘 안 가거든요. 병원을 지어 놓고는 처음에는 3년동안 병원장 6명이 바꿨어요. 근데 한 3년정도 지나고 새로운 병원장이 왔는데 이 사람은 사명감을 가지고 병원 운영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가졌던것 같아요. 그간에 여섯 명이 바뀌었는데 이 사람은 3년정도 떠나지 않고 머물면서 중앙정부에서 예산 받아오고 사람 끌어오고 지원이나 약 같은 것을 더 받아오면서 병원을 계속 키우더라구요. 그러면서 이 병원이 실제로 활용이 되고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숙박시설까지 생겼어요. 은행만 10개 가까이 생겼고 마을 하나가 생긴 거죠. 그래서 아 이게 어떤 국제보건 사업을 하더라도 수원국이나 수혜국의 지역사회가 이를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있으면 가능하다는 걸 느꼈어요. 평가를 하면서도 굉장히 감동을 받았고요. 마을 하나가 생겼고 동크기에 하나가 생긴 거였거든요. 건물도 많이 들어오고 거리도 넓어지고 몇 천명의 인구가 살 정도였으니까요. 코이카 사업이 처음 기획에는 무리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현지에서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활용하는지에 따라 성패가 달라지더라구요. 그게 제일 기억에 남고 앞으로도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국제보건 업무, 프로젝트를 수행하시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지요?

세네갈 중부지역에 모자보건 역량 사업을 기획을 했었는데 기획을 하면서 현장을 많이 돌아다녔어요. 보건소마다 예산이나 인력 등이 차이가 너무 커요. 같은 지역이지만 주민수나 마을 혹은 주의 이장과 유력인사들의 힘에 따라 차이가 보건소마다 간호사, 의사수가 달라지기도 해요. 조산사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고 그렇죠. 그 중에 어떤 보건소를 갔는데 거기는 전기가 안 들어왔어요. 분명 전기가 들어와 있는데 자꾸 끊어지니까 태양열을 사용했어요. 굉장히 작은 탁자만 했거든요. 그걸로 뭘 했냐면 유니세프에서 제공한 약 박스가 있어요. 자가 발전이 되는 냉장고인데 전기가 끊어지면 그 연료를 써서 계속 냉장을 유지해서 백신이나 의약품 등을 보관하죠. 그래서 그 약박스를 먼저 연결해서 쓰는 거에요. 재밌는건 전기가 있는데도 안정적으로 전기 공급이 되는게 2-3년안에 이루어진대요. 그 조그마한 태양열 하나로 겨우 냉장고 하나 돌리는데 컴퓨터는 생각도 못하고 핸드폰을 재충전해서 그걸로 보고하는거에요. DHSI2 하나 깔아서 하루에 하나정도만 전송되게 말이에요.

사실 정말 필요한 건 전기인데 2-3년 안에 전기가 없잖아요. 여기서 뭘 제공해야 될까요? 전기는 2-3년안에 들어오니까 태양열 지열판을 쓰면되는 거에요. 좀 더 좋은 걸 구비해주면 4-5년을 버틸 수 있는 거죠. 그러나 태양열 지열판을 제공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사업이라고 보질 않아요. 계속 부품을 갈아주고 관리해야 하니까요. 유지보수가 안되면 버려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결국 효과성이 떨어지는 사업이라고 생각하는 거에요. 하지만 정말 필요한 건 3년을 버틸 수 있는 전기 발전 시스템인데 사업을 지원하는 곳에서는 태양열을 지원하는 것이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지원해 줄 수 없다고 했죠. 현장에서 필요한게 무엇인지 정확히 판단하고 지원하는 것이 보건의료지원사업의 핵심인데 우리가 해주고 싶은 걸 해줄게라는 식이 어렵고 안타까운 부분인 것 같아요.

국제보건사업에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중재방안(intervention)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저는 그나마 효과를 많이 보이는 것이 풀뿌리 운동이라고 생각해요. 개발 도상국에는 NGO가 많이 들어와 있죠. 그리고 그들의 풀뿌리 운동은 수도권이나 중심부보다 더 멀리 떨어진 외곽에서 많이 하더라구요. 개발도상국에서 DHS데이터로 실제 건강상태들을 봤을 때 보통 수도권이 높아요. 서비스 접근성이 높으니까요. 그런데 네 다섯시간 이상 차를 타고 가야 하는 수도권 주변 지방은 오히려 접근성이 낮습니다. 근데 또 멀리 떨어진 외곽은 오히려 건강상태가 좋은 것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아요. 커뮤니티 헬스 워커들이 활동하는 지역에서 그 효과가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예를 들면, 세네갈도 북부나 서부는 건강지표가 높게 조사됩니다.

국제보건연구실: 왜 세네갈의 북부나 서부는 건강지표 수준이 높은건가요?

원조 사업들이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걸 보이는 거죠. 재밌어요. 그런데 또 남부는 여전히 나빠요. 아무래도 북경 접경지역이고 그 밑에 감비아 기니비사우에서 계속 넘어오고 넘어가는 환자들이 있고, 인프라도 좀 약해요. 그런 것들을 보면서 무상원조지만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들은 풀뿌리 운동, 커뮤니티 헬스 워커들이 참여하는 봉사활동들이 많이 효과를 보는 거 같다는 생각입니다.

현장에서 경험하시면서 국제보건 사업에 적용하면 좋겠다 싶은 아이디어가 있었나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커뮤니티 헬스 워커들을 활용한 풀뿌리 운동이 굉장히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를 통해서 지역 주민이나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단순한 참여가 아닌 소유의식을 갖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궁극적으로 내가 실천하는 것들이 실제로 효과로 나타나고 그것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국제보건연구실: 구조자체가 바뀌어야 할까요?

구조가 바뀌면 이상적이겠지만, 기술 자체로도 가능한 부분이 많습니다. DHIS을 만든 회사에서 태블릿 혹은 휴대폰에 넣어서 만든 앱(DHIS2 Capture)이 있어요. 많은 나라에서 활용하고 있고 커뮤니티 헬스 워커들이 들고 다니면서 산모들에 대한 정보를 취합하고 관리를 하기도 합니다. 앱을 통해서 실제로 산모가 어느 수준에 있는지, 어떤 서비스들이 더 필요한지, 그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 어디로 가야하고 어디로 갈 수 있는지 등을 보여줄 수 있어요.

국제보건연구실: 커뮤니티 헬스 워커들이 다리역할을 할 수 있겠네요?

다리 역할뿐만 아니라 산모가 그 정보들이 어떻게 활용하는지 직접 눈으로 보게 되니까 이것저것 물어보게 되죠. 호기심과 궁금증이 생기면서 참여가 생기고, 참여가 소유의식으로 연결이 돼요. 이런 것들이 정착이 되려면 커뮤니티 헬스워커들이 어떻게 제도 적으로 들어올 수 있는지가 중요한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논쟁이 많이 있는 걸로 이해하고 있어요. 그래서 이들이 일하는데 좀 더 조직적으로 지원해주는 원조사업이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국제보건사업이 효과적,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 선행되거나, 수행단계에서 필요한 것들이 무엇이 있을까요?

국제보건의 무상원조 사업이 갖는 장단점을 많이 경험했는데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가령 한국에서 무상 원조를 해주는 기관이 사업관리의 편의성을 위해서 사업대상이나 지역을 국한하고 제한하는 것은 지양해야 해요. 몇 십억, 몇 백억을 지원하는 사업들은 사무실에서 직접 보고 관리하고 싶어해요. 하루이틀 걸려 확인할 수 있는 지역에다가 사업을 하게 되면 관리가 안되니까, 하루에 서너 시간만 운전해서 볼 수 있는 곳에 지원해서 관리도 하고 보여지기도 쉽도록 하죠. 이런 것들이 관리의 효율은 높아지지만 사업의 효과성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국제보건사업을 통해 건강 수준이 향상되기를 바라면서 동시에 사업 관리의 편의성을 위해 가까운 곳에 사업을 하게 되면 현재의 보건시스템이 나아졌는지 보기 어려워요. 왜냐면 현지의 보건의료 시스템이 향상되었기 때문에 건강 수준이 높아졌다라고 보기에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이죠. 이런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비교적 접근성이 높은 사람들이잖아요? 접근성이 높지만 못 가는 사람들이 취약계층이고, 이들을 타겟해서 사업을 하면 되는데 이런 사업을 하기 어렵죠. 예를 들어 지역주민이 10만이고 그 중에서 산모가 2만 명이고 그 중에서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산모들을 타겟해서 사업을 하면 될텐데 그렇게 못하겠다는 거죠. 기본적으로 전체 산모들이 혜택을 볼 수 있는 사업을 기획해야 하고, 이때 몇 명이 혜택을 보는지가 중요하거든요. 사업의 효율성이 중요하다보니 광범위한 지역주민이 혜택을 입을 정도로 사업을 기획하고 관리하고 싶어하죠. 바로 그런게 딜레마라고 생각이 됩니다.

국제보건 사업을 하면서 잊지 말아야 할 마음가짐 같은 게 있을까요?

김창엽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국제보건은 말그대로 국제적으로 공통된 건강 이슈를 다루는 공동체적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건강문제를 공동으로 다루지 않고 국가별로 한다는 거예요. 한국이 세네갈을 돕고, 한국이 캄보디아를 돕고 미국이 어디를 도와주고 이런 식은 옛날의 식민지 시대에 많이 하던 방식입니다. 2020년 코로나 사태 같은 경우가 어떻게 보면 전 인류가 공동으로 대응해야 하는 공통의 문제인데 공동대응이 없죠. 너무 놀라워요. 국제보건 이슈가 발생했는데 국제보건이 사라진 상황을 보고 있는 거죠. 이때 국가주의적 경향을 경계해야한다고 생각해요. 국가주의가 성행하게 되면 실제로 국제보건은 설 자리가 없어져요. 국제보건으로 과학자나 전문가가 더 기여할 수 있는 이런 환경에 이게 더 후퇴할 수 있겠다라는 두려움이 생깁니다. 실질적으로 국제보건 이슈를 어떻게 국제적으로 감당하고 협력할 수 있을지 체계젹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제보건 이슈 중 주목하고 관심을 가져야할 주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한국에서 많이 다루지 않는 난민과 이재민, Refugee인데 유엔에서 정의 내린 Refugee는 거의 내전이나 정치적 박해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적 난민을 의미하죠. 사실은 국제보건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러한 정치적 난민은 정말 적은 수이고 기후변화, 환경, 재난, 경제적 문제로 인해 발생한 난민들이 더 많아요. 그리고 이러한 난민이 가장 긴급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사태로 난민캠프에서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하는데 걷잡을 수 없을 것 같아요. 코로나 감염 뿐만 아니라 Displaced Population에 대한 국제적인 대응대안이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 연구가 많아야 하죠. 감염병 뿐만 아니라 공중보건이라는 틀에서 사실상 displaced population을 바라봐야 하는데 잘 모르겠어요. 여러 관점으로 경제적 난민, 환경난민, 재난 난민을 바라보는데 이들을 취약계층으로도 볼 수 있지만 Displaced Population자체가 또다른 SDG 영역이고 지역사회 공중보건의 영역으로 바라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전문가들이 같이 좀 보면 해결점이 보일 거 같은데 특화된 전문기관 특화된 전문 영역만이 대응을 하고 있죠. 난민들만 놓고 보는 것이 아니라 난민들을 수용하는 국가들을 보건 의료 시스템 관점에서 지원해주는 방식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러면 난민문제도 같이 안고 갈 수 있지 않을까요?.

국제보건에 관심을 갖고 있는 후배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국제보건이라는게 공중보건의 어떤 특화된 영역이라고 보기엔 어려워요. 국제보건학을 ‘하나의 독립된 과학이다’ 이렇게까지 말하기는 어렵다는 거죠. 왜그러냐면 보건학도 다제학문이라고 이야기하는데 보건학내에서 국제보건학 만큼 다학제적인 성격을 가진 것이 있을까요. 그렇기 때문에 국제보건을 하기 때문에 국제보건을 하는게 아니고, 좀 더 특화된 영역들에 관심을 관심을 가지는 게 좋아요. 환경보건이 될 수 도 있고 직업의학, 간호, 지역사회가 될 수도 있죠. 요즘에는 국제의학이라는 영역도 관심을 많이 갖더군요. 국제수술이라고 하기도 하고… 보건학을 하는 후배들도 국제보건을 하지만 각자의 전문적인 영역을 갖는게 실질적으로 국제보건을 하는데 있어서 학문적 토대를 만드는데 기여하고, 그런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다학제적인 국제보건이 자리를 잡게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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