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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AGAY 2025-01-23 26
박세업 본부장 (글로벌케어 북아프리카)
1.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한 번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국제보건 전문가이자 외과의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세업입니다. 현재 글로벌케어 북아프리카 본부장을 맡고 있으며, 주로 저소득국가의 의료시스템 개선 및 지역사회 보건 향상을 목표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의료 현장에서의 경험과 국제보건학 석사 과정을 통해 이 분야에 깊이 기여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 일의 핵심은 현지 문화와 관습을 존중하면서 지역중심의 총체적이고 지속가능한 보건의료 환경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2. 현재 재직중인 부서와 맡고 계신 업무 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재 저는 글로벌케어 북아프리카 본부에서 활동하며, 주로 모로코와 모리타니아를 중심으로 다양한 국제보건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주요 업무는 의료 인력의 역량 강화, 디지털 헬스를 활용한 보건사업 개발, 모자보건과 같은 지역사회 기반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일입니다. 또한 현지 정부 및 국제 파트너와 협력하여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보건의료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일하는 것은 보건의 일부분이긴 하지만, 보건 전체로 보기에는 어렵죠. 그래서 병원을 설립하면서 클리닉도 운영하게 되었는데, 제가 보건 분야에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병원을 통해 보건과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주로 이 병원을 통해 공공적인 보건 서비스를 제공할 방법을 찾던 중, 모로코에서는 우리나라의 NGO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협회(Association)'라는 개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NGO는 말 그대로 비정부기구이지만, 모로코의 협회는 세미-거버멘탈 조직으로, 국가가 추진하려는 특정 분야에서 지역사회와 협력하여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합니다.이 협회와 협력하면 프라이빗 공간에서도 공공 보건 서비스를 보다 자유롭게 제공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병원 내에 협회와 협력하여 지역 사회에 공공 보건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이를 통해 프라이빗 클리닉과 공공 보건 서비스를 조화롭게 운영하고 있습니다.
3. 어떤 계기로 국제보건 (또는 국제개발협력) 분야에 참여하시게 되었는지요?
처음에는 외과의사로서 다양한 국가에서 의료 봉사에 참여하며 의료 서비스 제공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히 진료를 넘어서, 시스템 차원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2012년에 존스홉킨스대학에서 국제보건 석사를 이수하며 전문성을 갖추었고, 이후 모로코에 와서 코이카, KOFIH와 같은 기관과 협력하며 본격적으로 국제보건 분야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4. 가장 기억에 남거나 보람을 느끼셨던 국제보건 (또는 국제개발협력) 업무 또는 프로젝트는 어떤 것이었는지요?
2017년부터 아프가니스탄 바그람 한국병원에서 병원장으로 일했던 경험이 기억에 남습니다. 특히 현지 의료진을 훈련시키고, 지역사회와 협력하여 새로운 병원 운영 모델을 개발한 것이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탈레반이 재집권한 이후 함께 일했던 의료진을 구출하는 데 성공했던 경험은 제 경력에서 가장 보람찬 순간 중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모로코와 모리타니아에서는 디지털 헬스를 결핵사업, 모자보건사업 그리고 만성질환관리에 접목하여 보건지표를 증진한 일이 보람에 남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5. 그렇다면 아프가니스탄 바크람 병원에서의 근무를 시작하신 계기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2005년부터 아프가니스탄에서 의료 선교사로 활동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2007년에 발생한 피랍 사건으로 인해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당시 한국인 두 분이 탈레반에 의해 희생되었고, 그 사건 이후 아프가니스탄은 여행 금지 국가로 지정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한국 NGO, 선교사, 또는 개인 자격으로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가는 것이 금지되었습니다.
그 무렵, 아프가니스탄의 미군 기지인 바그람에 위치한 동의부대에서 한국 국방부와 외교부가 협력해 운영하던 동의병원과 한국병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피랍 사건 이후 병원을 폐쇄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죠. 외교적인 이유로 병원을 완전히 닫을 수는 없어서 민간 주도로 전환하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그렇게 저는 2007년, 바그람 한국병원의 병원장으로 임명되어 의료진과 행정요원들과 함께 병원을 민간 주도로 운영하게 되었습니다.이 과정에서 해당 사업은 코이카(KOICA) 프로젝트의 일부로 진행되었고, 저도 처음으로 대규모 복원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완전한 복원 사업은 아니었지만, 코이카의 펀딩을 받아 일을 하면서 보건 분야에서의 다양한 활동들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미군은 점령지에서 주민들의 반발을 줄이기 위해 PRT(Provincial Reconstruction Team, 지방재건팀)라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전투 병력을 남기고 철수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PRT 팀을 통해 지역 개발과 복원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주민들과 협력하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이러한 PRT 팀에는 의료와 지역 복원을 담당하는 보건 전문가들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PRT 팀에서 일하던 군의관들은 대부분 공공보건(Public Health)을 공부한 분들이었고, 의사이면서도 보건 전문가로서 지역 복원과 보건 프로젝트를 이끌었습니다. 그들과의 교류를 통해, 보건이라는 분야가 단순히 의료를 넘어 개발도상국이나 전쟁으로 황폐화된 지역에서 회복과 재건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런 경험은 저로 하여금 보건 분야를 심도 있게 공부하고 싶다는 결심을 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습니다.
6. 업무 과정 및 현장에서 여러 어려움에 직면하셨을 듯 합니다. 업무 및 프로젝트 수행 중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코로나19 팬데믹은 가장 큰 도전 중 하나였습니다. 현지 의료 시스템이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의료 전문가로서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해 헌신했습니다. 개인적인 건강 문제와 가족 행사 참석 포기를 감내하면서도 교민과 현지인을 위해 의료 지원을 이어갔습니다. 특히 모로코에서는 COVID-19 상황이 한창일 때 우리가 기획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는데요. 다른 사람들은 집에서 락다운 상태로 머물렀지만, 우리는 밖으로 나가 결핵 환자들을 만나 약을 전달하고, 마스크를 나눠주고, 보건 교육도 해야 했습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라는 생각을 들었죠. 그런데 이를 통해 현지의 신뢰를 얻었고,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면서 제 일에 대한 사명감을 더욱 강화할 수 있었습니다.
7. 국제보건 사업이 효과적,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 선행되어야 하거나, 수행단계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기시는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국제보건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현지화(localization)**가 가장 중요합니다. 현지 주민과의 협력, 현지 문화에 대한 존중, 그리고 적절한 기술과 인력 개발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또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계획 수립과 체계적인 모니터링 및 평가가 필수적입니다.
젊었을 때는 컴플렉스를 회피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일하다 보면 그런 상황은 필연적으로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중요한 점은 컴플렉스를 없애려 하기보다, 이를 어떻게 해결하고 활용하느냐입니다. 사실, 컴플렉스를 통해 관계가 형성되기도 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팀워크를 만들어나가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강조하는 것은 이른바 "피스메이킹(Peacemaking)"이나 "스피스 매직 프로세스(Space Magic Process)"라는 접근법입니다. 이를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 역시 그랬지만,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왜 저 사람은 나를 이해하지 못할까?" 혹은 "내가 옳은데 왜 저렇게 행동하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는 종종 각자가 가진 문화적 특성과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됩니다.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팀의 동기 부여나 지속 가능성을 해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 중요한 것은 내가 속한 문화와 나 자신에 대해 이해하는 것입니다. 즉, '나는 누구인가?'를 스스로 인지하는 것입니다. 그다음 단계는 당연히 다른 사람이 누구인지,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8. 국제보건 혹은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일하는 것의 장단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다양한 국제적인 활동에 참여하면 다양한 국가를 방문하고, 각 지역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을 직접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개인의 시야를 넓히고 문화 간 이해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다른 사람들과 협력하며 새로운 관점을 배우는 것은 개인적 성장의 기회를 얻습니다. 그러나 언어와 문화적 차이 다른 나라에서 일할 때 언어 장벽과 문화적 차이는 큰 도전 과제가 될 수 있습니다. 정치적 및 경제적 불안정 등으로 인한 어려움도 존재합니다. 긴급 상황이나 장기적인 프로젝트에서는 개인적인 삶을 희생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족 및 친구와 떨어져 지내거나, 익숙한 환경을 떠나는 것은 정서적으로 힘든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던 시큐리티 이슈와 관련해 예를 들자면, 아프가니스탄에서 발생한 자살 테러 같은 상황이 있다면, 제가 위험할 뿐만 아니라 제 가족이나 동료들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죠.
9. 국제보건 관심을 가지고 있는 후배들이 조언을 구한다면 어떤 말씀을 주고자 하시는지요? 또한 동 분야에서 일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국제보건 분야에서 일하려면 열린 마음과 협력적인 태도가 중요합니다. 요즘 문서, 보고서, 컨퍼런스 등을 통해 많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잖아요. 사실은 현장에서까지 인턴십 하는 것은 시간 낭비 또는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는 있지만, 국제보건 분야에서 일하려면 단순히 데이터 수집 능력뿐 아니라, 언어 능력, 리더십과 관계 형성 능력, 복잡한 상황 대처 능력, 이타적인 태도, 여러 눈에 보이지 않는 분야들이 있으며 사람이 산다는 거는 굉장히 인격적이고 유기적이고 상호관계적인 건데 그런 것들에 대한 인사이트를 가지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현장의 경험이 꼭 필요하다 생각합니다. 후배들에게는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두려워하지 말고, 꾸준히 학습하며 현장성을 실체화 하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10. 마지막으로, 국제보건 분야 관련 개인적인 목표나 계획을 가지고 계시다면 말씀 듣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총체적인 지역사회의 역량강화에 기여하는 현장 지역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하여서는 보건의료의 영역을 뛰어넘어 교육과 문화의 영역에서도 활동을 하고자 합니다. 그동안 활동하면서 수집한 데이터를 가지고 수직적인 접근( Vertical approach) 물론이고 수평적인 접근( horizontal approach)와 풀뿌리접근( Bottom-up approach)를 통해 지역사회가 변화한다는 것을 입증하고자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좋은 말씀 대단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