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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YAGAY 2025-01-22 52
“내가 의학을 6년간 공부하고 보건학 공부를 틈틈히 하면서 항상 지키고 싶은 것은 - 어렵고, 가난하고,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공부를 계속해서 의학에서 배운 ‘치료’를 하고싶고, 가능하면 많은 사람들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게하는데 도움이 되게 하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거야”
(보건학석사학위 논문(2007년 2월)을 아내에게 전해주며 적은 메시지 중 일부)
현재 국제공무원으로서 WHO 항균제내성(Antimicrobial Resistance) 부서에서 근무한 경험과 관련하여 소중한 조언을 듣고자 공인식 과장님을 만나 뵈었습니다.
1.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공인식입니다. 20년 조금 넘게 공중보건을 ‘업’으로 살고 있고요. 지금은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세계보건기구 본부서 일하고 있습니다. 경기도 평택 농부 집안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1994 - 2006년까지 아버지의 상경 용단과 어머니의 묵묵한 응원 덕에 서울에서 의학과 공중보건학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지역주민의 질병예방관리 업무의 중심인 보건소와 중증환자를 치료하는 대학병원에서의 경험을 거치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다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보건정책을 고민하는 공직의사의 길을 걸었습니다.2006년부터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현재 질병관리청)를 오가며 질병관리, 건강보험, 응급의료, 예방접종, 결핵에이즈 업무을 맡았으며, 2013-2014년 호주서 국제정책과 공공정책을 공부하며, 국제회의 초청, 세계보건기구 대표단으로 여러차례 참여하면서 국제보건에 인연이 닿게 되었습니다.마침, 운좋게 2021년부터 보건복지부에서 세계보건기구 본부로 파견근무를 나오면서 지금까지 공중보건의 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2. 현재 계신 부서와 맡고 계신 업무 소개 부탁드립니다.
세계보건기구 본부의 항균제내성실(Division of Antimicrobial Resistance)의 감시예방통제국(Department of Surveillance Prevention and Control), 감시근거실험실강화과(Unit of Surveillance, Evidence and Laboratory Strengthening)에서 기술자문관(technical officer)로 일하고 있고요. 맡고 있는 주된 업무는 항균제내성 분야의 자원동원 및 감시체계에 대한 기술자문 역할입니다.항균제내성 글로벌 행동계획(global action plan on AMR)의 지역, 국가의 집행에 필수적인 분야별 전문인력 자원을 동원하고 협력하기 위해 2016년 설립된 세계보건기구 항균제내성 협력센터 네트워크(WHO AMR Collaborating Centres Network)를 운영하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36개의 세계보건기구 협력센터가 감시체계 구축운영, 실험실 강화, 적정 항균제 사용, 신종 항균제내성 조기발견, 항생제 스튜어드쉽(antimicrobial stewardship) 등의 세계보건기구 우선순위 과제와 관련된 표준지침 개발과 국가별 이행에 필요한 기술지원을 해오고 있는데요. 항균제내성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들과 세계보건기구 직원들이 함께 2~3년 주기 사업계획을 협의해 매년 조정, 수립하고, 이의 이행을 모니터링하는 총괄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질병관리청 국립감염병연구소 내에 있는 ‘항균제내성 표준실험실 및 원헬쓰 연구를 위한 세계보건기구 협력센터’(WHO Collaborating Center for AMR Reference and One Health Research, KOR-110)도 하나의 협력센터로 네트워크 활동을 하고 있답니다.이에 더해, 감시체계의 핵심인 글로벌 항균제 내성 및 사용 감시시스템 (Global Antimicrobial Resistance and Use Surveillance System, GLASS) 관련 표준지침 개발과 이의 개발도상국 이행확대를 위한 프로젝트를 기획, 집행, 평가하는 과정에서 정책 측면을 집중해 기술자문을 하고 있습니다.
3. 어떤 계기로 국제보건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어떻게 해당 업무를 맡게 되셨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전문직 국가공무원으로 국제회의에 한국대표로 참석하면서 국제보건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2015~2016 세계보건총회에 연달아 정부 대표단으로 참석해 신종, 재출현 감염병 분야를 담당해 직접 발언하고 관련 부대행사에 참석해 다양한 이해당사자를 만나며 국제시각으로 공중보건을 바라본다는 것이 무엇이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마침, 2016년 총회장에서 열렸던 한국인 최초의 세계보건기구 총장인 고 이종욱 박사의 서거 10주년 행사에 참여했는데요. 故이종욱 박사의 인생과 국제보건 기여활동을 기억하는 국제보건종사자 분들의 얘기를 들었던 그 시간은 우리나라 국민에 더해 전세계 가난과 질병에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를 좀 더 진중히 생각해볼 수 있었던 중요한 계기였습니다. 2015년 메르스(MERS) 사태를 대응하면서 국제 공조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고, 이후 세계보건기구(WHO)와 가비(Gavi), 유니테이드(Unitaid) 집행이사회를 포함한 다양한 국제보건 의제 관련 회의에 참여하며 경험을 쌓았습니다.
국가 공무원 대상으로 세계보건기구 파견근무자 선발 공고가 있었고 서류, 면접을 거쳐 선발되어2021년부터 WHO의 항균제 내성(Antimicrobial Resistance) 부서에서 근무을 시작했습니다. 공식적으로, 특정 국가를 위해 업무하지 않는다는 국제공무원 규약을 따라야 하는 세계보건기구 직원이지만, 일정기간 근무 후 보건복지부로 복귀해야하는 특수한 채용조건의 계약을 가진 고용휴직 중인 국가 공무원 신분이기도 합니다.
4. 세계보건기구에서 2021년부터 근무하셨는데 그때는 코로나 시기였잖습니까? 그 당시와 비교해 세계보건기구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네, 코로나19 대유행이 지속되고 오미크론 변이가 증가하는 시기였어요. 유럽 대부분 나라서 방역조치로서 재택근무 체제로 전환된 상황서 WHO 근무를 시작하며 직장 업무와 일상 생활과의 경계가 모호해 초기 정착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신규직원을 위한 안내, 교육은 대면이 아닌 온라인으로 진행되어, 입사 ‘동기’와 함께하며 친해질 기회도 없었습니다.
당시 WHO에서는 일일 브리핑을 통해 전세계 코로나19 발생, 사망에 대한 정확한 현황과 이의 대응을 위한 지침 개발, 개정된 내용을 정기적으로 알려주고 기술적인 지원을 하는 역할과 보다 형평한 코로나19 백신, 진단, 치료제의 배급과 지원에 집중했습니다. 2023년 5월 코로나19 대유행 위기 종료가 된 이후엔, 새로운 신종감염병 발생과 유행을 대비하기 위한 대유행 협약(가칭 Pandemic accord) 제정과 기존 국제보건규약(International Health Regulations)의 개정을 통해 보다 안정적으로 지속가능한 운영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규정을 전 회원국과 협력해 합의안을 만드는 것에 전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2024년 5월 총회에 국제보건규약 개정은 완료되었지만, 대유행 협약은 회원 국 간의 의견 조율이 계속 진행 중입니다.
5. 가장 기억에 남거나 보람을 느끼셨던 국제보건 업무 또는 프로젝트는 어떤 것이었는지요?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진행한 항균제내성 감시체계 구축 프로젝트는, 대한민국 정부와 세계보건기구가 협력하여 2017년부터 6년 간 요르단, 라오스, 페루, 말리 4개 개발도상국의 항균제내성 감시체계 구축운영 지원하는중장기 과제였습니다. 실험실, 인력지원을 통해 세계보건기구의 표준지침에 따라 감시정보를 생성해 해당 국가의 항균제내성 정책을 지원할 수 있는 정보로 활용할 수 있는 현장의 토대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개발도상국의 자원 부족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다양한 역사·문화·정치적 배경의 기관들과 협력한 경험은 매우 소중했습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프로젝트 진행이 어려웠지만, 유연한 사업 조정과 공여국 협약서 개정을 통해 위기관리를 배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세계보건기구 직원으로서와 한국정부 국가 공무원의 양가적인 시각과, 수혜대상 국가 담당자의 시각으로 보는 해당 프로젝트의 성공과 실패의 지점에 대해서 고민했었던 점이 기억에 남습니다. 평가점수가 모든 걸 보여주진 않지만, 20점 만점에 18.3점, ‘A’ (최고등급)을 받았습니다. (평가결과보고서 2024.7.2일 공표, https://koica.go.kr/sites/evaluation_kr/article/view/1308)
어떤 직장에서든 첫 업무, 부서원들을 잊지 못한다고 하잖아요? 이 사업은 코로나19 대유행의 특수한 시기에 함께한 국제보건 첫 업무이자 국제공무원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던져줘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6. 말씀 감사합니다. 그러면 업무 과정 및 현장에서 느끼셨던 장벽이 있으셨을지요? 또한 업무 및 프로젝트를 수행하시며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협업하는 일이었습니다. 유럽, 제네바에 있는 새로운 직장에서 모국어가 아닌 영어로 다양한 국적과 업무경험을 가진 직장동료, 상사와 각자의 일하는 방식, 속도를 이해하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기한이 있는 업무에서는 투명하고 효과적인 소통과 문화적 공감을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이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좌절감을 느꼈습니다. 협업 태도에 있어 갈등이 발생했으며, 존중이 필요한 차이를 "다른 것"으로 보지 않고 개선이 필요한 "틀린 것"으로 판단하는 경우도 있어 감정을 다스리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돌아보면, 뾰족한 해결 방법이 있는게 아닌 새로운 환경과 직장에서 적응하는데 필요한 시간이었습니다. 일-가정 양립, 가족을 일상의 중심가치로 두는 유럽, 제네바의 일상문화, 그리고 업무 속도보다 업무의 깊이와 정확도를 중시하는, 공중보건의 표준을 정립하는 업무가 주인 세계보건기구, 국제기구의 업무특성과 직장문화를 ‘이방인’으로서 이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데 필요한 시간이었습니다. 15년을 넘게 명확한 중점과제와 일정에 따라 업무를 해왔던 ‘일’ 중심 한국의 중앙부처 공무원으로 살다가, 코로나19 대유행 오미크론 변이 시점에 제네바에 도착해, 새로운 직장환경에서 재택 근무와 비대면 회의하며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전세계 36개의 세계보건기구 항균제내성 협력센터 전문가들과 –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대부분 국가 코로나나19 의료대응으로 착출 - 그 협력센터를 담당하는 부서 내외 담당직원들과 협업하는 업무 과정에서의 어리둥절함과 좌충우돌은 당연한 거였습니다.
다양한 국적과 경력을 가진 동료들과 협업하는 과정에서 "다름"과 "틀림"을 구분하며 받아들이는 것은 여전히 어렵지만, 동료들과 가까워지는 시간을 자주 가지는 것이 협업을 원활히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이를 위해 일상적으로 짧은 휴식 시간에 동료와 차를 마시며 대화하거나, 감사한 동료에게 편안히 식사자리를 하며 친분과 신뢰를 쌓아 보다 수월하게 협력을 할 수 있었던 경험도 있습니다.
7. 국제보건 사업이 효과적,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 선행되어야 하거나, 수행단계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여기시는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사업을 구상하는 기획단계에서 큰 흐름과 틀을 잘 만들어, 바람직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첫 단추를 끼우는 일입니다. 이 사업이 ‘현장’의 지역주민의 문제를 얼마나 치열하게 보고 들으며 찾아 파악했는지, 그 문제의 원인이 되는 뿌리를 ‘현장’과 거리를 두며 얼마나 끊질기게 객관적으로 파고들어 분석했는지, 그리고 다시 ‘현장’의 지역사회와 호흡하며 얼마나 새로운 ‘지원방법’을 열정적으로 제안했는지, 사업중간 및 종료 후 실시할 객관적인 점검, 평가를 얼마나 독립적으로 할 수 있도록 계획에 포함했는지, 이 네가지는 기획단계에서 바람직한 의사결정과 성공적인 사업수행에 필수적인 요소이자 충분히 갖춰야 하는 선행조건이라고 확신합니다. 사업이 기획되어 의사결정이 되면, 이후 사업수행, 점검, 평가의 단계가 진행이 되는데요. 그 과정에서 고군분투하거나 중단, 실패하는 경우의 대부분은 이 선행조건의 달성정도와 직결되어 있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요, 항생제내성 감시체계 구축을 위해 검사실과 전문인력 양성하는 사업을 기획했는데, 알고보니 검사가 필요한 환자가 검사비용이 비싸 못받고, 내성균 확진 환자 치료에 필수적인 항생제가 그 지역에서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일어난다면, 그 사업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사업 후 지속가능한 운영이 가능할까요?
수행단계에서는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의 시각을 견지하면서 뚝심으로 수행, 점검, 평가의 현장을 지원하는 현장 담당자와 파트너들을 잘 찾고 확보하는 일이 또 하나의 성공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 역량있는 현장의 인재와 함께 호흡하며 적재적소에 충실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지원하는 것을 전제로요. 이러한 인재들은 수행, 점검, 평가하는 사업의 전 단계, 그 현장의 톱니바퀴를 멈추지 않고 힘있게 돌아가게 하는 최고의 윤활유지요. 실제 현장의 다양한 사람들이 변화무쌍한 환경과 얽혀 만들어내는 불협화음과 불확실성 속의 현장에서 사업의 목표달성을 위해 필요한 속도와 방향을 조율하는 것은 난이도가 매우 높지만, 사업 성공에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8. 국제보건 혹은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일하는 것의 장단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국제기구 근무는 ‘다양성’을 경험할 수 있는 게 큰 장점인 것 같습니다. 세계보건기구는 ‘모두에게 건강을 (Health for All)’을 기치로 전세계 155개 세계 곳곳의 사무실서 160개가 넘는 다양한 국적의 직원들이, 해당 분야별 전문가와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다국적 동료들의 종교, 가족, 언어, 음식 등 무지개빛 다양성의 진면모를 일상을 통해 배우고 있습니다. 또한, 해당 분야의 국내외 최고의 전문가, 권위자들과 함께 일하며 네트워킹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열리는 것이 있습니다. 역사적인 논문의 저자, 공중보건학 교과서 집필자가 직장 동료, 상사고 기술자문회의 위원들인데, 이보다 더 나은 배움의 기회가 어디있나 싶기도 합니다. 학교나 학회에서 강연이나 토론을 통해 배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생생한 배움의 현장이자 기회가 있는 곳이요. 물론 기대만큼 실망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다양한 문화를 누릴 수 있다는 장점 뒤에는, 한국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음식과 문화에 대한 그리움이 한편에 남습니다. 가끔 한국 음식이 떠오르거나, 고된 하루를 마무리하며 동료들과 삼겹살에 소주 한 잔 나누던 직장 문화가 그리워질 때가 있습니다. 특히 유럽에 있는 스위스는 개인과 가족 중심 문화가 강해 부서원들과의 저녁 식사 기회가 드물며,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가 정례화되면서 팀워크를 다질 기회도 줄어들어 한국의 돈독한 직장 문화가 더욱 아쉽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2024.12.6일 스위스 제네바, 모두다 다른 국적인 WHO 부서원들과의 송년모임 (메뉴는 퐁듀)
9. 국제보건 관심을 가지고 있는 후배들이 조언을 구한다면 어떤 말씀을 주고자 하시는지요?
국제보건을 아우르는 공중보건이라는 업에 대한 화두를 품고 살면 좋겠습니다. 공중보건을 업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지난 20년을 곰곰히 돌아보면 저에겐 ‘보다 많은 사람이 보다 행복한 삶을 누리는데 필수적인 건강한 시간과 공간을 보호하고 확장하는 일을 정성을 다하며 섬기며 사는 일’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업을 다하며 살면서 숨이 턱까지 차오르면서도 안보이는 길을 헤매일 때마다 곱씹어 볼 수 있는 기준을 가지고 있었다면 어땠을까하는 마음으로 후배님들께 얘기를 꺼내봅니다. 국민의 목소리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국가가 개입가능한 공중보건체계는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가? 국가의 정책평가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한국 보건의료체계, 정책의 특수성은 무엇인가? 차가운 이성으로 머리에 되새김질 하고, 그 되새김질 한 것들이 켜켜이 쌓여 넘쳐 따뜻한 가슴으로 흘러와, 요동치는 떨림과 울림으로 손발까지 전해지는 순간을 꿈꾸며 살고 있습니다.
선종하신 김수환 추기경께서 사랑이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는데 70년이 걸렸다고 말씀하셨잖아요. 저도 이제 20년 막 넘겼으니 아직 멀었지만, 보다 많은 후배들이 겸손한 마음으로 긴 호흡으로 업을 화두로 즐기고 살며 ‘공중보건’의 길을 걸어가면 좋겠습니다. 그러한 업에 대한 삶의 태도를 명확히 하고 단단히 다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업 현장에서는 따뜻한 마음과 동시에 냉철한 분석이 필요하며, 때로는 단호한 결단력도 요구됩니다. 언어소통 능력을 습득하고, 공중보건학과 국제개발학을 지속적으로 학습하며, 경력을 쌓아가다 보면 어느새 세계곳곳의 중요한 자리에서 업을 행하는 자신을 볼 수 있을거라 확신합니다.
10. 마지막으로, 국제보건 분야 관련 개인적인 목표나 계획을 가지고 계시다면 말씀 듣고 싶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국제보건의 현장에서 일해보고 싶습니다. 큰 병원을 나와 20년 전에 처음에 경기도 광명시보건소처럼 지역주민을 진료실 밖에서 진료하고, 지역주민의 고혈압 관리를 위해 고민하며, 서툴렀지만 보건소 동료들과 공부하고 함께 일을 만들어가는 ‘현장’이요.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지금의 질병관리청), 세계보건기구의 본부에서 ‘현장’에 집행, 적용되는 정책이나 표준을 정하는 일을 하다보니, 다시 현장에서 실제 어떻게 지역사회, 지역주민의 삶에 영향을 주고 있는지를 찬찬히 살펴보며 일을 하고 싶습니다. 그 현장이 한국이든 최빈국이든 지역주민과 함께하면 좋겠습니다.
또 하나는 국내 지구건강(Planetary Health)을 위한 활동에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미래의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입니다. 현재, 가칭 ‘지구건강연구회 준비모임’으로 현재 매달 한번 끝주 목요일 제네바의 점심시간에 온라인으로 저널클럽(초빙강연 포함)과 모임활동(책번역, 국제공조 포함) 논의를 정기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모임은 기후변화은 전세계 시민건강의 중요한 결정요인으로 국제 공중보건 정책의 화두로 그에 대한 전방위적 대응이 시급한 상황임을 공감하고 세계보건기구 내 한국 직원의 기후변화와 건강에 대한 국제 공중보건 대응전략 수립을 끌어가기 위해 필수적인 지식, 경험 등 역량 강화을 위한 학습의 장을 마련하자는 취지로 2023년 2월부터 ‘기후변화와 건강에 대한 책읽기 모임’으로 출발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에 다소 생소한, 산업보건, 환경보건을 보다 폭넓은 가치와 시각으로 보여주는 ‘지구건강학’ 교과서를 번역해 소개할 계획 중이고 저도 ‘지구건강과 감염병’, ‘변화하는 지구’ 장 번역을 맡았습니다.
2025년도에 2권의 번역서(지구건강 – 우리를 지키기 위해 자연을 보호하는 것Planetary Health – Protecting Nature to Protect Ourselves / 지구건강 - 인류세에서 인류의 건강과 환경보호 Planetary Health – Safeguarding Human Health and the Environment in the Anthropocene)가 출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책자 발간으로 국내에서도 용어부터 생소한 지구건강을 위해 다양한 분들이 각계 각층에서 미래세대를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좋은 말씀 대단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