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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22-01-18 1,142
안녕하세요. 저는 강현진이라고 합니다. 보건대학원에서 보건정책을 공부하고 현재 경제개발협력기구에서 보건정책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rganis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OECD)’ 는 1961년에 설립되었으며 상호 정책 조정과 협력을 통해 회원국의 경제 사회발전을 모색하고 나아가 세계경제문제에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한 정부간 기구입니다. 이름 때문인지 경제 분야 전문 국제기구로 인식되어 있는 경우도 있는데요, 경제 부서 외에도 보건, 개발, 교육, 과학기술, 환경, 거버넌스 등 다양한 부서로 구성되어 각 분야에서의 연구 활동과 고위급 정책 대화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회원국의 경제성장과 세계경제발전에 기여하는 것 뿐만 아니라 개도국의 건전한 경제성장에도 기여하고자 합니다. 2020년 콜롬비아, 2021년 코스타리카 가입으로 현재 총 38개의 회원국을 두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1996년에 가입했습니다. 2021년 6월에 호주 출신 Mathias Cormann가 새로운 사무총장으로 취임한 바 있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고용노동사회국(Directorate for Employment, Labour and Social Affairs)에 속한 보건과(Health division)는 회원국들이 참여하는 보건위원회(Health Committee)를 지원하고 있으며 위원회에서 이뤄지는 논의와 결정을 바탕으로 연구와 사업을 진행합니다. 또한 여러 연구에 있어서 자문을 구하는 전문가그룹이 존재합니다. 가령, 제가 근무하는 보건과 내 공중보건팀의 경우 각 회원국과 WHO, ECDC, CDC와 같은 타 협력 국제기구와 기관들로 구성된 보건경제전문가 그룹과 긴밀히 소통하고 있습니다. 전문가 그룹에 해당 연구 진행 상황을 공유하고, 각 지역 및 국가의 상황에 해당 분석들이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조언을 받거나 타 기관의 관련 연구 상황이나 관심사를 공유 받습니다.
공중보건팀에서는 항생제 내성이나 COVID-19같은 감염병 주제와 음주, 흡연, 비만과 같은 비감염병의 주제를 모두 다루고 있는데, 저는 특히 감염병 주제에 집중하고 있고 비감염병 주제에도 일부 참여하고 있습니다. 현재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사업은 내년에 발간될 OECD 항생제내성보고서의 개정판 작업과 WHO와 협업하고 있는 원내 감염 예방 관리 정책 분석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COVID-19 관련 정책 연구와 노동환경에서의 보건복지 관련 정책 분석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아주 어렸을 때는 외교관이 되고 싶었습니다. 호기심이 많아 언어, 문화, 환경, 동식물, 지리, 수학,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어린 마음에 외교관을 세계일주 여행가 쯤으로 생각한 것 같아요. (하하) 사회현상에 관심이 많아 이런저런 일들을 기획하기도 했고요. 중학교 때는 엄마를 몇 날 며칠을 설득해 반 친구들과 기름 유출된 태안 앞바다에 봉사활동을 가기도 했지요. 고등학교 때는 공부할 시간을 쪼개 새터민 학생들을 위한 경제교육 사업을 하는 대학생 언니 오빠들을 따라 다니기도 하고 교내 환경 프로젝트를 조직하기도 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국제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은 계속 품은 채 우연한 기회에 보건 분야의 전공을 하게 되었고, 다양한 대외활동과 공부를 통해 건강권과 보건정책이라는 분야에 점차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학부 때 전국 약대 보건정책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보건학 관련 서적들을 다양하게 읽고 토론을 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의사결정, 협상 과정도 재미있다고 느껴서 모의유엔, 모의회담 관련 활동도 꾸준히 했고요. 운 좋게 몇 번 수상을 한 덕에 정책 실무자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거나 더 큰 무대에서 실제 의사결정과 양자 및 다자 협상 과정을 경험해보기도 했습니다. 더불어 제 학부 생활의 8할을 차지했던 국제약대생단체 활동을 통해 다양한 보건 주제에 대해 여러 배경을 가진 동료들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경험을 하면서 더 큰 세상을 볼 수 있었고, 국제보건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에 서서히 불이 지펴진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특정 계기로 국제보건을 해야겠다라고 생각했다기 보다는 재미있고 흥미롭게 느꼈던 다양한 분야의 활동과 관심사가 결국에는 국제보건정책이라는 분야로 귀결된 것 같네요. 그래서 더더욱 운이 좋다고 생각하고 주어진 여러 좋은 기회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직 근무 경험이 길진 않지만, 인턴 시절부터 꾸준히 참여하고 있는 항생제 내성 보고서의 개정판 작업이 하루하루 가장 인상 깊은 업무인 것 같습니다. 지난 2018년에 발간된 OECD의 항생제 내성 보고서 “Stemming the Superbug Tide”는 회원국들의 항생제 내성 현황을 보고하고, 항생제내성으로 인한 건강 및 경제적 부담 분석뿐만 아니라 항생제내성관리 정책의 비용-효과 분석을 포함하고 있는데요. 기존 보고서에서 활용된 ‘OECD 항생제 내성을 위한 전략적 공중보건계획(Strategic Public Health Planning for AMR, SPHeP-AMR model) 모델’을 보완하고 최근의 각국 데이터도 추가적으로 확보하면서 분석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초반에는 기존에 있던 연구물을 충분히 흡수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고, 이제는 하루하루 눈 뜨면 관련 새로운 소식이 없나 확인하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특히 항생제내성보고서 작업은 감염병팀 내에 모든 사람들이 한 명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는 업무라 주간 회의 때마다 관련 연구에 대한 깊은 토론이 오갑니다. 그렇게 논의를 통해 결정하는 과정을 팀 내에서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연구직에 있으면서 오는 어려움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경험해보지 못한 방법론이나 부족한 경험으로 인해 팀 회의에 있어서 기여를 하지 못한다고 느낄 때가 가장 힘든 순간인 것 같습니다. 또한 분석에 활용할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리하는데 있어서 현실적인 한계를 느낄 때 늘 안타까움이 남습니다. 또한, 팀 내에 유일한 주니어인만큼 여러 선임 연구원들의 업무를 동시에 지원해야하는 업무 환경에 놓여있는데요. 시간 관리와 우선순위 설정, 그리고 소통의 중요성도 함께 배우고 있습니다.
그러나 보람을 느끼는 순간도 일일이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너무나 많습니다. 예를 들어 시간과 공을 들여 노력한 결과물에 대해 팀 동료가 알아 준다거나, 좋은 업무 평가를 받을 때, 팀 회의에 있어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만한 의견을 냈을 때, 팀의 연구 결과물이 외부에서 인용되거나 각 회원국에서 잘 활용되는 것을 볼 때,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될 때가 그렇습니다.
제가 속한 기관이 연구와 근거 생산을 기반으로 정책 대화를 이어나간다는 특수성이 있는 만큼, 연구 사업이 효과적,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이 무엇이 있을 지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우선 현실적으로 활용 가능한 질 높은 데이터가 있어야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고요. 그리고 연구가 연구로 끝나지 않고 각 국가들의 정책 논의와 수행으로 이어지려면 각국의 맥락을 잘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매번 느낍니다. 또한, OECD의 강점 중 하나가 여러 전문성을 가진 분야의 부서가 한 기관 안에 존재하고 그로 인한 다양한 협업이 가능한 것인데요. 그런 점에서 문제 해결에 있어서 다학제적협력의 필요성도 강조하고 싶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연구하고 있는 주제 중 하나인 항생제 내성 관리를 꼽고 싶습니다. 특히 COVID-19을 마주한 상황에서 항생제 사용이 증가하면서 항생제 내성 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전세계적 건강 위협이 더 자주 출현할 것이라는 전망 아래,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항생제 오용 및 남용으로 인한 항생제 내성 문제는 많은 환자들을 치료하지 못한 채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습니다. 비록 OECD의 회원국이 주로 고소득 국가들로 구성되어있기는 하지만, 항생제 내성 문제는 비단 고소득국가에 한정된 문제가 아닙니다. 열악한 위생 환경이나 보건의료 기반시설로 인해 잦은 감염에 노출될 위험이 더 큰 경우 항생제 내성 문제는 치명적인 건강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지요. 그 외에도 보건의료체계의 회복탄력성 뿐만 아니라 백신과 고가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 약물 오남용, 부정∙불량의약품 유통, 보건영역에서의 부패문제, 기후변화 문제도 관심을 가져야할 문제로 꼽고 싶습니다.
경력도 짧고 이제 막 사회초년생이 된 제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될 지 모르겠네요! 저는 학생 생활을 오랫동안 했던 편인데요. 학교 생활에 답답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주어진 조건 안에서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해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고, 보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답이 때로는 보건 영역 밖에서 해결되기도 한다는 믿음에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무슨 일을 하든 그리고 그 일을 찾는데 시간이 조금 더 오래 걸리든, 본인의 가치관에 걸맞게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면 그것은 충분히 행복한 삶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 중에는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기대감을 동시에 안고 계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은데요.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저도 여전히 미래가 불안하고 이 다음 과정에는 뭘 해야할까 고민이 많습니다. 물론 동시에 또 어떤 새로운 인생의 챕터가 펼쳐질까 스스로의 미래가 기대되기도 하고요. 다만 해가 가면서 이전보다는 그 불안감과 기대감의 존재를 인정하고 다루는 법을 배우고, 대신 하루하루 발견하는 행복한 순간들을 듬뿍 느끼려고 노력합니다. 불안감을 느끼는 건 여러분만이 아니라는 것에 위로를 받으셨으면 하고, 내일이 지나면 다시 오지 않을 오늘 하루 일상 속의 소소한 기쁨을 한껏 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게 지난 날을 돌아보고 정리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국제보건연구센터와, 부족한 글 끝까지 읽어주신 독자분들께도 모두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좋은 말씀 대단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