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보건 연구아젠다 개발 소모임 1기

관리자 2017-08-15 2,314

  • [국제보건 연구아젠다 개발 소모임 1기 활동내용]
     
    2016년은 대내외적으로 국제보건학계에서 변동요인 많았던 해였습니다. 국제적으로 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라는 새로운 아젠다를 수립하여 향후 15년의 국제사회의 목표를 설정하였으며 메르스, 지카와 같은 바이러스가 전세계적으로 창궐하여 각국의 보건의료체계를 시험에 들게 했고, 정치적으로도 한국, 미국, 필리핀, 프랑스 등의 국가가 대선국면에 접어들면서 새 정부가 보건이슈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반응도 나타났습니다. 매해 10대 국제보건이슈를 발표하는 IntraHealth International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여 2016년의 전 세계 건강 문제를 다음과 같이 선정하였습니다. 
     
     
    서울대학교 국제보건연구센터 역시 이러한 세계적 변화에 발맞춰 작년 11월부터 보건대학원 국제보건연구실에서 국제보건 연구아젠다 개발 소모임을 시작하였습니다. 우리가 관심 갖는 세계의 건강문제는 무엇이고, 또 우리가 관심 가져야 할 연구는 무엇일지 7명의 학생 및 연구자가 모여 고민하였습니다.
     
    첫 모임은 주제를 선정하는 것으로 출발하였습니다. 서로가 생각하는 주요한 이슈를 브레인스토밍하고, 각 이슈에 랭킹을 매긴 후 총 7개의 주제를 선정하였고 7가지 주제는 아래 표와 같습니다.
     
     
    ♣ 아동보건
    아동보건이 주로 모성보건에 관한 접근 및 연구 혹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위치, 교육, 건강 수준과 관련된 아동의 건강을 분석하는 연구는 활발한 반면 부(父)의 역할에 대한 연구가 드물다는 점을 논의를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많은 국가에서 아동에 대한 양육 및 보건을 담당하는 주체는 어머니이며 그렇기에 어머니 교육 혹은 어머니의 보건시설에 대한 접근성에 집중되어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에서 가정내의 의사결정권자는 주로 아버지인 경우가 많고, 병원에 가는 것을 승낙하는 주체도 아버지라는 점에서 아동보건에서의 아버지의 역할에 대한 연구 필요성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 적정기술
    적정기술은 1973년 영국의 경제학자 슈마허가 쓴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중간기술이라는 개념으로 처음 소개되었으며 우리에게 익숙한 Q-Drum 과 Life straw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물을 길으러 가는 시간과 힘을 줄여주기 위해 만든 원통형 물통인 Q-Drum과 더러운 물을 정화해서 마실 수 있게 만든 빨대모양의 정수기인 Life straw는 적정기술로 이름난 대표작이지만 한계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물을 긷기 위해 산길과 비포장길(흙, 돌)을 가는데 과연 Q-Drum이 얼마나 이용가능한지, 물을 긷는데 사용하는 노란색 물통(기름통으로 사용된)이 더러워지고 부숴질 때까지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물통을 구입할 의사가 있는지, 관리가 가능한지, 적정기술상품을 지속 가능하게 판매하고 유지하기 위해서 유통망에 대한 연구가 있었는지, 어떤 경제적 접근 모델을 취할 것인지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 국제보건법 
    국제보건법이라는 용어의 생소함만큼이나 세계적으로도 연구자가 극히 적습니다. 국제보건법의 대가라 불리는 로렌스 고스틴의 『Global Health Law』만이 유일하게 이 분야를 다루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국제보건법 분야는 더 많은 연구와 관심이 필요합니다. 또한, 국제보건법은 보건안보로 설명할 수 있는데 좁은 범위에서 감염병/전염병에 대한 대응체계를 다루고 있으며 구속력이 없고, 어겼을 경우에도 제재조항이 없습니다. 따라서 국제사회가 이를 준수하기 위해서는 국가별 국제보건법의 정의와 적용 테두리를 현실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에 관한 심층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과 함께 아직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국제보건법에 대한 공부와 관심이 필요합니다.

     

    ♣ 학교보건 
    연구에 따르면 보건은 교육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는데 교육에 있어서 남녀학생 간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전체 아동의 교육지표 전반을 개선하는 효과를 넘어서 빈곤감소와 아동사망률 개선에 가장 강력한 해법이라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또한 MDGs의 양적 측면에 관한 연구와 성과는 진전이 있었으나 질적 연구는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개발도상국의 초등학교 입학률은 지난 15년 간 수치적으로 매우 개선이 되었지만, 수치 이면에는 입학아동 4명 중 1명이 중도 탈락하고, 중도 탈락한 학생 중 여학생들의 비율이 높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따라서 학교교육에서 중도 탈락한 학생은 어떤 학생들이고, 학교 밖으로 밀려나간 후 이들의 삶과 건강의 문제는 어떠한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모였습니다.
     
     

    

     

    ♣ 기후변화와 보건

    현재 기후변화는 단순한 온도 변화에 의한 영향으로 이해하기보다는 더 넓은 환경적인 문제, 즉 깨끗한 식수와 위생, 기아와 영양실조, 에이즈 등과 같은 감염성 질환 등과의 관련성을 함께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감염성 질환의 변화, 장기적인 가뭄, 빙하의 해빙, 해수면의 상승 등도 모두 건강에 상당한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으며, 이러한 위험성은 불평등하게 적용될 것이라는 데 학자들 간에 대체로 의견이 모아져 있는 편입니다. 즉,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기후 변화에 보다 책임이 있는 선진국보다 기후 변화를 초래하는 데 별로 기여하지 못한 후진국일수록 건강 위험성이 크다는 것으로, 이러한 불평등도 하나의 연구주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난민보건
    난민의 건강이 국제보건이슈로 급부상하게 된 것은 시리아 내전으로 인해 전쟁난민이 급증한 사실, 미얀마 정부의 로힝야족 탄압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난민보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난민에 대한 법적 지위의 문제입니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난민’이라는 용어는 사실 법적 지위를 의미하는데, 난민지위를 인정한 국가에서는 해당 난민에게 자국민이 누릴 수 있는 대부분의 권리를 보장합니다. 따라서 난민보건에서 초점이 되는 부분은 아직 난민지위를 얻지 못한 상태에서 캠프에 수용돼 있는 사람들의 건강입니다.

    현재 난민들이 겪고 있는 건강문제는 화상, 정신적 트라우마, 심혈관계질환, 당뇨, 고혈압이며 치료가 중단됨으로 인해 증상이 더욱 심해지는 상황입니다. 장기간의 이동으로 인해 급성 호흡기 질환, 설사, 머릿니(head rice) 등이 흔히 발생하고 있으며, 감염성질환과 홍역, 풍진 등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관련 연구가 필요하겠습니다.

     
    ♣ 정신보건
    정신보건에 관한 연구는 그 동안 국제보건에서 변두리에 있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수천만명의 인구가 정신 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는데도 이와 연관된 보건관리 지원은 매우 미비합니다. WHO의 발표에 따르면 해마다 전 세계적으로 80만명이 자살을 택하는데 그 중 75%의 자살이 중저소득국에서 일어나고 있으며, 15~29세 청년 사망요인의 2위를 차지합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배경 역시 주요한 연구주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국가경쟁력을 판단하는 지표 중 하나인 행복지수는 대부분 경제적 부강함과 반대되는 결과를 나타냅니다. 즉, 잘 산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고, 못살기에 불행한 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 대표적 예로 부탄이 있습니다. 그러나 WHO 발표에서 보여주듯이 75%의 자살이 중저소득국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그 배경에는 어떠한 요소가 있을 것이라는 무언가를 보여줍니다. 또한 이슬람국가의 자살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에 속하는데 이러한 내세관, 토테미즘, 샤머니즘, 윤회사상 등의 종교관과 종교가 자살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주제를 제시하였습니다.
     
    아젠다모임은 SDG의 보건 목표가 발표된 지 불과 1년여 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국제보건주제들을 만나게 되어 매우 반가운 시간이었습니다. 그간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보건 이슈가 아닌, 손에 잡히는 국제보건이슈를 고민해온 사람들에게 난민보건, 기후변화, 정신보건 등에서 그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이 모임을 바탕으로 국제보건과 학계, 시민사회가 서로 유리되지 않고 내 일처럼 받아들이는 연구주제를 탐색하고자 합니다.